푸틴 "우크라, 원전 공격 시도"…젤렌스키 전방 시찰(종합)
접경지 상황회의서 우크라 비난…"IAEA에 통보"
우크라, 쿠르스크·크림반도 보급로 차단 주력
(모스크바·베를린=연합뉴스) 최인영 김계연 특파원 = 러시아는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공격 중인 자국 영토 쿠르스크주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의 보급로 차단 작전을 계속하면서 러시아 다른 지역도 산발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 푸틴, 본토 급습 이후 네번째 회의 소집
로이터·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접경지 관련 화상 회의에서 "적군은 지난밤에 원전을 공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를 통보했고 IAEA가 상황을 평가할 전문가를 보내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다음 주 쿠르스크 원전을 방문해 공격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는 쿠르스크를 방문한 뒤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원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쿠르스크 원전은 교전 지역에서 약 30㎞ 거리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위험에 처한 국경지대에서 11만5천명이 대피했고 농업·산업 피해를 산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13만3천190명이 주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 위협을 받는 국경지역 브랸스크·벨고로드의 주지사와 보건장관 등도 회의에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참가자들의 발언을 메모하기도 했다. 그는 쿠르스크 급습 이튿날인 지난 7일부터 12일 사이 세 차례 우크라이나군의 접경지 공격에 관한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쿠르스크와 국경을 맞댄 자국 수미를 방문했다고 텔레그램에서 밝혔다. 접경지역 방문은 러시아 본토 공격 이후 처음이다.
그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 등과 회의하며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더 많은 마을을 장악하고 포로도 더 많이 잡았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열린 참전용사 행사에서 쿠르스크 작전 등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우크라이나 독립을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체계적 접근의 일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쿠르스크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임시교량 여러 개를 미국산 무기로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세임강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5㎞ 안팎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에 진입한 이후 세임강 교량 3개를 폭파한 것으로 보도됐다. 러시아군 보급로를 차단하고 진지 굳히기에 들어가는 전략으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도 미국산 GBU-39 활강유도폭탄으로 쿠르스크의 러시아군 지휘소를 공격했다고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본토 공격으로 "소위 레드라인이라는 순진하고 공허한 개념이 무너지는 걸 목격하고 있다"며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해제와 추가 무기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 "우크라, 브랸스크서도 침투 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보타주(파괴공작)·정찰 그룹'이 브랸스크주 클리몹스키 국경을 뚫으려 했으나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브랸스크는 쿠르스크 북서부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는 또 이날 오후 크림반도 동쪽 크라스노다르의 캅카스항에서 연료탱크를 실은 철도페리선이 공격받아 침몰했다고 밝혔다. 이 항구는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사이 케르치 해협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거치는 남부전선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이 지역을 여러 차례 공격한 바 있다.
러시아는 본토 공격에도 동부전선 격전지 도네츠크에서 병력을 빼지 않은 채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요충지로 꼽히는 토레츠크와 포크로우스크를 장악하기 위해 연일 인근 마을들을 점령 중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도 도네츠크 메조베(러시아명 메제보예)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를 취재한 미국 CNN 기자 닉 페이턴 월시와 우크라이나 기자 올레샤 니콜라예우나 보로비크, 디아나 블라디미로우나 부츠코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FSB가 이들에 대한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며 유죄 판결 시 최고 징역 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주에도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쿠르스크에 들어와 취재한 이탈리아 방송사 라이의 기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개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외국 언론인이 합법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려면 비자를 발급받고 외무부의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