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운동장' 전세계 GDP 90%까지 넓힌다…"통상그물망 촘촘히"
통상정책 로드맵…FTA·EPA 적극 추진으로 통상네트워크 85%→90% 확대
글로벌 사우스 파트너십 강화…넥스트 수출시장·공급망 다변화 거점으로
미국·EU·일본·중국과 '전략적 협력'…'한국형 산업안보 전담조직' 강화도
(서울·세종=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정부가 '글로벌 경제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세계 1위 수준인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까지 넓힌다.
아세안, 인도,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전략적 균형추로 급부상 중인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의 차기 수출·생산기지·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의 거점으로 활용한다.
정부는 2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통상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통상체제가 약화하고, 주요국이 경제안보를 명목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가속화하는 등 국제통상질서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는 시점에 마련됐다.
정부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4대 주요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이들 국가와의 통상현안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그간 통상정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글로벌 사우스와의 경제협력 지평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제안보가 글로벌 경쟁력의 새 시험대로 떠오른 상황에서 '5대 수출강국 도약'과 '통상 네트워크 90% 달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글로벌 통상 중추국가로 부상한다는 게 정부의 청사진이다.
먼저 전 세계 GDP 85%에 달하던 기존의 FTA 네트워크를 90%까지 확대한다.
다자 통상체제의 힘은 현저히 약화했지만 세계 각국과 맺는 FTA,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통상 그물망을 더 넓고 촘촘하게 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백브리핑에서 "현재는 한국의 FTA 네트워크가 세계 GDP의 85%로 2위이고, 1위는 싱가포르(88%), 3위는 칠레(82%)"라며 "양적 확대 이상으로 질적으로도 새로운 규범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주요 거점국이 EPA 체결 우선 대상이 된다.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을 비롯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과의 EPA 협상으로 서남아 통상벨트를 구축한다. 탄자니아, 모로코 등과도 EPA 협상을 추진해 아프리카와의 협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협상이 타결된 걸프협력회의(GCC), 에콰도르 등 중동·중남미 지역 FTA의 조속한 발효를 추진한다.
한국의 주력 시장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다층적 FTA를 체결할 계획이다.
한중일 FTA 협상을 재개하고, 말레이시아·태국과의 양자 FTA 협상을 가속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의 다자간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경우 다양한 국내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박차를 가한다.
역대 최초로 개최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및 한·중앙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 등의 다자 플랫폼을 활용해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주요 자원 보유국과 광물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한편, 'K-산업 연계형 공적개발원조(ODA)'를 추진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장기적인 상호 호혜적 관계를 마련한다.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얽힌 통상 리스크에는 철저히 대비해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기업과 원팀으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대미(對美) 아웃리치를 전개한다.
대미 통상리스크에 대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우호국 간 소다자 협력 채널을 활용해 미국 산업정책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공조한다. 지난해 8월 신설한 한미일 산업장관회의 등이 대표적인 채널로 꼽힌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폐기 등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미국 내 우호세력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일본과는 한일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산업, 통상, 에너지 전반에 걸쳐 미래지향적인 경제통상 관계를 만들어간다.
중국과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가속화, 중앙·지방정부 다층적 협력 채널 가동 등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공급망 안정에 주력한다.
아울러 정부는 수출통제 제도를 정비하고 무역·투자·기술안보 이슈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유사한 '한국형 산업안보 전담 조직'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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