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정책비교] ③ 결 다른 보호무역…해리스 투자 유도 vs 트럼프 관세 부과
해리스, 동맹과 협력하며 핵심산업 공급망 강화…중국과는 경제 '디리스킹'
트럼프, 불공정한 무역합의 비판하며 對美 무역흑자국에 관세 '철퇴' 예고
민주당에 기후변화는 "인류에 실존적 위협"…트럼프는 "드릴, 베이비, 드릴!"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무역 정책은 미국 제조업 복원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그 방법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두 후보는 미국의 그간 무역 정책과 세계화가 중산층 일자리 감소와 산업 공동화를 초래했으며 세계 경제 질서를 미국에 더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는 인식은 비슷하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대미 투자를 유인하고 동맹과 협력해 핵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하는 데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와 같은 강압적인 수단으로 다른 나라와의 경제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표 성과로 내세우는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인프라법의 경제·산업 정책을 대체로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등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핵심이다.
표면적으로는 투자 촉진이지만 최대 경쟁자인 중국 기업에 불이익을 가하고, 우호국의 기업이라도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인을 채용하고 미국산 자재를 쓸 수밖에 없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일종의 보호무역이다.
다만 외교·안보 전선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는 한국 등 동맹은 어느 정도 편의를 봐주면서 함께 가겠다는 기조다.
민주당 정강·정책은 "미국의 번영과 우리 동맹 및 파트너의 번영은 상호 보완적"이라면서 "동맹 및 파트너와 공정한 조건에서 하는 무역은 성장을 촉진하고 동맹을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또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정책"을 계속 문제 삼으며 수출통제를 활용해 중국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중 경제관계의 디커플링(분리)까지는 가지 않고 디리스킹(위험 감소)과 다변화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훨씬 더 노골적이고 거친 방식을 선호한다.
그는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똑같이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상호 무역법'을 제정하겠다고 했으며 심지어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교역에서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를 표적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화당 정강·정책은 정치인들이 수십년간 "불공정한 무역 합의와 세계화의 유혹에 대한 맹신"을 통해 미국 일자리를 해외에 팔아넘겼다면서 "미국 노동자, 농민, 산업을 부당한 해외 경쟁에서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는 60% 이상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중국의 최혜국(MFN) 대우를 박탈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중국에서 필수 제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중국의 미국 부동산·기업 인수를 막겠다고 하고 있어 중국과 폭넓은 디커플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유권자의 최대 우려인 물가에 대한 접근에도 두 후보 간 차이가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기업이 소비자에 '바가지'를 씌워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겠다면서 규제 당국의 기업 조사·처벌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가 상승 주요 원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확대라고 주장하며 미국에 풍부한 석유와 가스 자원을 더 발굴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소득세율을 낮추고 대기업 법인세율을 21%로 인하했는데 그는 이 감세를 영구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민주당은 연 소득 40만달러 미만 가정은 세금 부담을 줄이되 억만장자들의 소득세율을 최저 2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낮춘 대기업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는 등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약속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도 대조적이다.
민주당은 기후변화를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청정에너지 확대와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재임 기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 자체를 '음모론'이라고 부인하고 있고,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기후(climate)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마다 반복하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석유를 파자는 의미)이라는 구호에서 그의 입장을 가늠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전기차 의무 규정'이라고 부르고 이를 폐기하겠다고 했으며, IRA에서 규정한 전기차 보조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의 비트코인 슈퍼파워"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는 등 가상화폐에 우호적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몸담은 바이든 행정부는 가상화폐의 규제에 더 집중해왔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