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반도 주변 '미국 핵전략' 시나리오별 철저한 대비를
(서울=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급속한 핵무력 증강에 대응하려 새 핵무기 운용 전략을 승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북한과 중국이 러시아와 공조해 핵 위협을 할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비공개 기밀문서인 '핵무기 운용지침' 개정안에 서명했다는 내용이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무기 보유고가 2035년 1천500기로 늘어나고 북한도 60기 이상의 핵무기와 다량의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에 필적할 만큼 핵무력을 증강해 중국, 러시아와 '조율'할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주·공화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새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나란히 뺐다.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맞춰 공개한 정강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 등을 강조하면서도 4년 전 대선 때 정강에 있었던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한다"는 표현은 생략됐다. 지난달 발표된 공화당 정강에도 북한 비핵화 언급이 없다. 공화당은 2016·2020년 대선 정강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대북정책 목표로 포함한 바 있다.
물론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억제·단념·대화 외교라는 총체적 접근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캠프에서 새 정강 작성에 참여한 콜린 칼 전 국방부 정책차관도 외신센터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바이든 정부의 목표로 남아 있고 해리스 행정부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달라진 게 없으니 정강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단기적 관점에서 북한 비핵화가 조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미국 양당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공교롭게도 공히 거론조차 되지 않은 사실은 염려스럽다. 전혀 진전이 없는 북핵 협상에 대한 전반적 무관심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용인 또는 묵인하고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동결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잘못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최근 국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북한이 대미 협상력 확보를 노려 미국 대선 전에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부는 한미 양국의 북한 비핵화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줘 오판하지 않도록 미국의 두 대선후보 측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동시에 여러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대비책을 빈틈없이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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