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전대] 해리스에 횃불 넘긴 바이든…눈물 속 달콤씁쓸한 퇴장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눈물이 많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자신에게 '자유의 메달'을 깜짝 수여할 때 눈물을 참지 못했고, 2021년 대통령 취임 직전 델라웨어 자택을 떠나면서 한 연설 도중에는 고조된 감정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무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52년 정치 인생의 '라스트 댄스'로 기록될 이날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유나이티드센터를 가득 채운 대의원들의 환호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자신을 소개한 막내딸 애슐리를 포옹한 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무대 위에서 눈물을 흘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심정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일부 측근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도 연임 도전 포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에게 후보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물밑에서 여론전을 편 당내 인사들을 향한 서운한 감정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측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인사들이 앞다퉈 찬사를 보내도,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전만 해도 '등 뒤에서 칼을 찌른' 격인 인사들이 쇼를 하는 것뿐이라는 이야기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변 인사 중 일부는 언론에 대한 불만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실상 사퇴로 몰아가는 보도를 한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기사만 내보낸다는 것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자진 사퇴 후 해리스 부통령이 짧은 기간에 대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게 된 것에 놀라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연임 포기 전까지 '도널드 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는 후보는 바이든 밖에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최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월하는 여론조사까지 발표되자 자신들의 인식이 대중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측근들은 52년에 걸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상어'에 비유했다.
헤엄을 멈추면 살 수 없는 상어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구상과 협상 등 끊임없는 정치적 활동 속에서 삶의 에너지를 찾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역사의 무대 바깥으로 퇴장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델라웨어 자택에서의 은퇴 생활뿐이다
다만 측근들은 퇴임까지 남은 5개월간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전쟁 휴전과 인질 석방 등 정치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할 또 다른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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