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연봉자, 내달부터 수도권 주담대 한도 4천200만원 축소

입력 2024-08-20 12:15
5천만원 연봉자, 내달부터 수도권 주담대 한도 4천200만원 축소

2단계 스트레스 DSR 지역별 차등 적용…비수도권은 2천700만원 깎여

집값 상승 주도하는 수도권 '돈줄죄기'…추가 대출억제 방안도 나올듯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당국이 20일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폭증세를 막기 위해 수도권 중심의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 더 높게 적용해 대출 한도를 더 조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반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한 추가 대책들을 쏟아낼 가능성도 있다.

◇ 수도권서 주담대 받으면 지방보다 한도 줄어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침에 따르면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는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더 얹게 된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미래 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애초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은행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가산 금리 0.38%포인트(p)를 적용하다가 2단계 조치(0.75%포인트 적용) 시행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미룬 바 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9월부터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예정대로 2단계 조치를 적용하기로 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0.75%포인트가 아닌 1.2%포인트로 스트레스 금리를 대폭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겼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득 5천만원 차주(30년 만기, 대출이자 4.5% 가정)가 변동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스트레스 DSR 도입 전 한도는 3억2천900만원이다. 그러나 9월부터는 수도권 주담대를 받을 경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돼 2억8천700만원으로 한도가 4천200만원가량 확 준다.

지방(비수도권)의 경우 3억2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2천700만원가량 깎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역별로 대출 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연봉 1억원 차주가 30년 만기로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스트레스 DSR 도입 전 6억5천800만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9월부터는 수도권은 5억7천400만원, 비수도권은 6억400만원까지만 대출을 낼 수 있다.

주기형 고정금리나 혼합형(고정+변동금리)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변동금리를 택할 때보다는 한도 축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다만 금융위는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하더라도 실수요자의 불편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DSR 37∼40% 수준의 차주들만 한도 축소 영향이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최근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 주담대는 스트레스 금리의 30~60%만 반영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위는 8월 31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한 차주 등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1단계 스트레스 금리)을 적용하는 등 경과 조치도 두겠다고 덧붙였다.

◇ 대출 폭증·집값 상승세 꺾일까…추가 대책도 '만지작'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가계대출 폭증세가 꺾일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연일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가했음에도 가계대출 급증세는 쉽게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천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천795억원 더 불었다.

매수 심리도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p)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다.

특히 정부는 서울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고 가계대출도 빠르게 불어나는 점이 주택 상승을 주도한다고 판단,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출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도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이라 부동산 시장이 더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내놓을 추가 대책에도 이목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전세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 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기로 했는데, 이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선제 조치 성격으로 해석된다.

은행권 주담대에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카드도 검토되고 있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할 경우 은행들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줄이게 되는 구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의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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