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진격이냐 일단 후퇴냐…러 본토 쳐들어간 우크라 선택지는
젤렌스키 측근 "이번 공격, 공정한 협상 시작 위한 것"
전문가 "고정된 진지 구축보다는 기습해 허 찌르는 전투작전이 유리"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러시아 본토를 기습해 전투에서 깜짝 승리를 거둔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진격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자군의 공격은 러시아에 '상당한 전술적 패배'를 가함으로써 러시아가 공정한 협상에 임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공정한 협상 과정을 시작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군사적 도구가 목적에 맞춰 어떻게 사용되는지 분명히 보고 있다"고 썼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포진한 러시아 병력을 분산하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러시아 본토에 새로운 전선을 구축해 다른 전선에서 러시아군 공격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번 작전의 목표는 러시아가 도네츠크 지역 등 최전선의 병력 재배치 문제 등을 놓고 작전상 딜레마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의도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의 기습으로 영토를 빼앗기는 일격을 당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무슨 협상을 할 수 있겠느냐"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이번 진격으로 되레 기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력이 취약해진 것으로도 평가된다.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해 그동안 최전선을 지켜온 숙련된 우크라이나군 일부가 쿠르스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진격 나흘 뒤인 이달 9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동부 물류·병참 기지인 포크로우스크 외곽 약 16㎞까지 진군한 데 이어 이날까지 약 3.2㎞를 더 나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포크로우스크 주민 4만여 명에는 소개령이 내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서 어떤 전략을 펼지에 따라 전황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러시아를 향해 진군할 수도, 차지한 영토를 계속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혹은 지금까지의 공격으로 러시아의 '무적' 이미지를 허물었다고 보고 물러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일단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영토를 계속 지키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양방향으로 대피 통로를 내기로 한 데 이어 전날은 질서를 유지하고 주민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점령지에 군 지휘통제소를 열었다고 밝혔다.
다만 전차 진입을 막기 위한 도랑이나 대전차 피라미드 장애물인 '용의 이빨'(용치) 조성 등 방어선 구축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정 지점에 진지를 구축하고 싸우는 모델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 의장 세르히 쿠잔은 러시아의 병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전차 대 전차, 군인 대 군인으로 싸우는 방식은 안된다며 우크라이나가 소규모 부대를 이용해 러시아의 허를 찌르는 "고도의 기동성을 가진 전투 작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해 자국 무기를 사용하도록 일부 허락한 미국이 허용 범위를 더 확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방어 목적에 한해 일정 사거리 내에서만 우크라이나가 자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러시아 진격을 통해 "서방에 자신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미국의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설득하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2일 "장거리 무기를 사용하려면 파트너들의 적절한 허가가 필요하다"며 "그것은 이 전쟁의 정당한 종식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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