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두려움 교차 우크라 접경지…러 본토 진격에 표정 복잡

입력 2024-08-15 20:22
수정 2024-08-16 14:25
기대·두려움 교차 우크라 접경지…러 본토 진격에 표정 복잡

"먼저 우리 일상 빼앗은 결과…이제 그들이 감당해야" 우크라군 선전 염원

러시아의 대대적 반격으로 '제2의 마리우폴' 전락 우려하는 주민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러시아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자국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반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진입한 뒤 러시아 본토에서 점령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2일까지 러시아 영토 1천㎢를 통제하에 두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후 4∼5㎞를 더 진격해 점령지를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국경에서 멀지 않은 우크라 북동부 도시 수미의 피란민 센터에 머무는 한나 페도르코프스카(21)는 "이것(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은 러시아가 우리 땅에 들어왔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원해서 그들의 영토에 들어간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 집에 들어와 평화로운 일상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라며 "이제 그들이 감당해야 한다. 이번 공격이 헛되지 않기를, 그래서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염원했다.



수미의 피란민 센터에는 페도르코프스카와 올해 72세인 그의 할머니처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 개시 후 피란길에 오른 수백명이 머물고 있다.

특히 최근 며칠간 수미를 겨냥한 포격이 본격화하면서 수백명의 주민들이 피란민 센터로 들어오고 있다.

수미시 사회 보호국 직원 닐라 부하이노바는 "포격이 시작된 후 피란이 본격화했다. 지난 금요일에 270명, 토요일엔 382명, 일요일엔 250명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피란민 중에는 우크라이나 군의 깜짝 공세에 허를 찔린 러시아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경우 국경지대에 피바람이 몰아칠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4∼2015년 동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운 적이 있다는 전직 국인 세르게이 제믈야코우는 "우리 군인들의 행운을 빈다. 그들이 확보한 러시아 영토를 지키지 못하면, 수미 지역에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제2의 마리우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 동부 도네츠크에 있는 마리우폴은 수개월간의 포위 작전과 폭격 끝에 러시아의 손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끔찍한 공포와 기아 속에 목숨을 잃었다.

페도르코프스카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작전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군 야포와 박격포 공격이 멈췄다. 우리 군인들이 그들을 국경에서 몰아냈기 때문"이라며 "대신 유도 폭탄과 항공기를 동원한 공격이 거세졌다"고 최근 전황을 전했다.

러시아 국경에서 4㎞ 떨어진 엘리카 리비치아 마을에 사는 올레나 로즈코는 "우리 군인들이 공격한다니 기쁘다. 하지만 겁도 많이 난다"며 "우리에겐 갈 곳이 없고 공중 폭격도 두렵다.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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