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 중대분수령…확전기로, 이란보복 제동 돌파구 여나

입력 2024-08-15 11:27
수정 2024-08-16 16:50
가자 휴전협상 중대분수령…확전기로, 이란보복 제동 돌파구 여나

이란 보복 시간끌기 속 오늘 재개…하마스 일단 불참 "진전시 중재국과 개별접촉"

'피의 보복' 예고한 이란 "협상 결과 보겠다" 주시…"휴전 합의만이 보복 자제"

美 "타결 저해 행위 안 돼" 확전 방지 부심…바이든·해리스 중동상황 보고 받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의 중재 시도에 힘입어 그동안 멈춰 있던 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15일(현지시간) 재개, 악화일로를 걸어온 중동 상황을 풀어낼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피의 복수를 공언해온 이란이 가자전쟁 휴전 카드를 '복수 유예'와 연계짓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이번 휴전 논의 진전 여부는 이란과 이스라엘간 확전 여부를 가르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대표적 강경파를 새 지도자로 옹립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협상 불참을 선언, 테이블이 일단 개문발차 식으로 가동되는데다 이스라엘도 공습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동 지역에 짙게 드리운 전운이 쉽사리 가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 하마스 불참 속 일단 개문발차…"진전 있으면 별도 접촉" 문 열어둬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협상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윌리엄 번스 국장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압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GNI) 국장 등이 참석하며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아프리카 조정관도 동석할 전망이다.

이스라엘도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을 필두로 한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측의 진의가 의심된다며 불참을 선언했으나 추후 상황 전개에 따라 협상 테이블로 나설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국 소속인 수하일 알 힌디는 협상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라면서 하마스가 지난달 초 선제적 영구 휴전 요구를 빼고 제시한 수정안과 관련해 이스라엘 측의 '확실한 약속'이 있다면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상황에 밝은 익명의 당국자는 15일 도하 휴전 협상에서 진전이 있거나 이스라엘 측의 진지한 반응이 있다면 중재국들과 별도 접촉을 진행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하마스가 전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13일 AP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재자들에게 모든 회담은 새로운 것을 협상하기보다는 실행 방안과 데드라인 설정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점을 알렸다"고 말했다.





◇ 신와르가 '접수'한 하마스 대 극우 압박 받는 네타냐후…"양쪽에 다 회담 엎을 유인 있어"

이번 협상은 지금껏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을 주도해 온 하마스의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폭사하면서 역내 긴장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마련됐다.

현지 외교가에선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전쟁에 불을 당긴 가자지구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하니예를 대신해 일인자로 올라선 만큼 하마스가 이전보다 더욱 비타협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역시 휴전이 성사되면 연정을 무너뜨리겠다는 정부내 극우인사들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WP는 "전쟁 당사자들 모두가 도하에서 15일 열릴 계획인 회담을 엎을 인센티브가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이로 인해 초래된 양측의 입장차가 이번 협상을 통해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협상 과정에 밝은 당국자들은 전했다.

하마스의 편을 들어 이스라엘을 공격해 온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레바논에 파견된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미국 특사는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고, 어느 당사자에게도 더는 (휴전을) 지연시킬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이란 보복 행동 개시 늦출 수 있을까…이스라엘 협상 전날까지도 가자 공습

하니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피의 보복을 공언한 이란은 휴전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될 경우에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직접적 보복이 자제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란이 예기치 못한 순간 공격을 감행해 주적인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추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4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통화를 하고 "역내 모든 당사자는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같은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국가안보팀으로부터 가자 휴전 성사와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중동 현지 상황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협상 재개 전날인 14일 새벽까지도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지속하며 쉽사리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AP 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현지 병원 관계자들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 곳곳이 폭격을 당해 2∼11살 어린이 5명을 포함, 최소 1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작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14일까지 숨진 팔레스타인인의 수가 3만9천96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망자 일부는 하마스 무장대원이지만 대다수는 무고한 여성과 어린이들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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