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약한데…"아동 5억명, 60년전보다 2배 잦은 폭염 노출"
말리 등 8개국 아동은 연중 절반 이상을 섭씨 35도 이상 무더위서 생활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전 세계에서 근 5억명의 아동이 60년 전보다 폭염 노출 일수가 두배나 늘어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8개국 어린이들이 일 년 중 절반 이상을 35℃ 이상의 기온에서 보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니세프의 이번 조사는 지난 60년간 아동의 극심한 더위 노출 상황 변화에 대한 최초의 연구이다.
유니세프는 35℃ 이상으로 규정한 극도로 더운 날이 증가하는 속도와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960년대와 2020년~2024년 사이의 평균기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꼴인 4억6천600만명의 어린이가 1960년대에 비해 매년 폭염일수가 최소 두배 이상 증가한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부와 중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폭염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있으며 폭염 일수 증가 폭도 가장 크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 지역 어린이의 39%인 1억2천300만명은 매년 평균 4개월에 걸쳐 35℃ 이상의 기온을 경험하고 있다.
나라별 폭염일수는 말리가 212일로 가장 많았으며 니제르 202일, 세네갈 198일, 수단 195일로 파악됐다.
어린이들은 지구 온난화가 이어지면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극심한 더위와 폭염 같은 심각한 기후 위협에 성인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유니세프는 강조했다.
데이비드 나우트 유니세프 서부·중부 아프리카 지역 기후 전문가는 성인과 달리 어린이들의 몸은 빨리 뜨거워지고 덜 효율적으로 땀을 흘리며, 더 천천히 식는다면서 어린이들은 극심한 더위에 극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나우트는 어린이들이 몸의 열을 조절할 수 없게 되면 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면서 그렇게 되면 열사병을 겪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나우트는 특히 말리와 니제르, 세네갈, 수단을 포함하는 사헬지역 어린이들이 기후 회복력이 있는 사회 기간 시설과 식수, 보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부족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나우트는 이번 연구 결과는 극도로 더운 날이 어린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속도와 규모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도 같다면서 각국 정부가 긴급하게 기온 상승 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우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은 남아 있지만 희망을 지키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면서 나중에 행동하는 것은 너무 늦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슈루티 아가왈 기후변화 및 지속 가능한 경제 담당 선임고문은 극심한 더위가 건강을 위협하는 것 외에도 교육에 지장을 초래해 인적 자본 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가왈 선임고문은 극심한 더위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과 교육체계를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한 계획 수립과 실행과정에 어린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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