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화 꺼지자마자 佛정치권 '총리직 대결'
아탈 총리, 하원 원내대표들에 서한 보내 '연립정부' 촉구
좌파 연합도 양원에 국정 운영 로드맵 제시하며 '구애'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024 파리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프랑스 정치권이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올림픽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등에 따르면 사임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전날 하원 내 각 정당 원내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연립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아탈 총리는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하원 원내대표이기도 하다.
아탈 총리는 지난 조기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내 사회당과 공산당, 녹색당 원내대표에게도 이 서한을 보냈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극우 국민연합(RN)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극단의 두 정당을 제외하고 '공화 전선'을 구축해달라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아탈 총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아탈 총리는 서한에서 "대화를 통해 국회 내 새로운 길을 찾고 일상적인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 연립 정부 구성의 목표"라며 "프랑스인의 이익을 위해 입법적 타협을 이루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공공 재정 회복과 경제 주권 강화, 공화국의 가치와 세속주의 수호, 국민 삶의 질 개선, 환경, 안보, 공공 서비스 등 6가지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그는 각 정당이 모든 분야에서 동의하진 않더라도, 의견 차이를 극복해가며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르네상스의 사무총장인 스테판 세주르네 외무 장관도 LFI와 RN을 제외한 정당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집권 여당의 향후 추진 과제를 설명하며 정당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의회 여론전에 나선 건 집권 여당뿐만이 아니다.
조기 총선 이후 총리직을 두고 마크롱 대통령을 압박해 온 NFP와, 이들이 총리 후보로 내세운 루시 카스테트 파리시 재정국장도 전날 RN 소속을 제외한 상·하원 의원 모두에게 공동명의의 서한을 보내 향후 정부 운영에 관한 로드맵을 설명했다.
카스테트 국장은 구매력 향상과 사회 정의, 생태적 전환 가속화, 공공 교육 재정립, 공공 서비스 강화, 공정 조세 재확립 등 5가지 우선 목표를 제시하며 의회 과반수 확보를 위해 NFP 외의 의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좌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르피가로는 "좌파는 시간 낭비 없이, 올림픽 성화가 꺼지자마자 마크롱과의 대결을 재개했다"고 지적했다.
NFP로서는 의회 내 아군을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도 과제다.
마크롱 대통령을 몰아붙여 총리직을 얻더라도 의회에서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 로드맵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무산될 우려가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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