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휴전' 끝…축제 뒤 악몽 맞닥뜨린 마크롱

입력 2024-08-12 16:55
'올림픽 휴전' 끝…축제 뒤 악몽 맞닥뜨린 마크롱

올림픽 기간 시간벌기 나섰지만…정치혼란 수습 과제 직면

정파 갈등 속 미뤘던 총리 임명 '발등의 불'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024 파리올림픽이 11일(현지시간) 대단원의 막을 내림에 따라 그동안 정치 일정을 미루며 '올림픽 휴전' 기간을 가졌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제는 이를 수습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프랑스는 지난달 갑작스러운 조기 총선을 치렀으며 이후에도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 정국 혼란이 이어져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안정을 이유로 파리올림픽 기간에는 정치적 휴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올림픽 기간 자국 선수들의 열성 팬을 자처하며 경기장을 찾아 열렬히 응원하며 축제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는 신임 총리를 지명하고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를 지칭해 "올림픽의 가장 큰 팬보이이자 프랑스의 대통령"이라며 "올림픽 허니문이 끝나면서 악몽에 눈을 뜨고 있다"고 평했다.

WSJ은 "프랑스에서 아마도 자국 국가 원수보다 올림픽 폐막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을 보낼 수 없다는 듯이 프랑스의 영웅들을 끌어안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로 그가 처한 현실을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후 7월 7일 치러진 총선에서 RN의 의회 1당 장악은 막아냈지만,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의회 권력을 잡게 됐다. 범여권은 2위로 밀리면서 총리직을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제1당 NFP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총리직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기존 각료들이 일상 업무를 맡되, 올림픽 이후 늦지 않게 총리를 임명하겠다며 휴전을 선언했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새 정부를 구성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진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기간 시간을 번 그는 승마, 비치 발리볼, 유도, 수영 등의 경기장을 찾아 자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9월 14일엔 선수단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축하연을 열기로 했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패럴림픽을 넘어서 스포츠에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지지율은 지난달 초 25%에서 이달 1일 27%로 한 달 새 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올림픽 전 프랑스 내 여론은 혼란, 불안, 비관주의가 팽배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왜 갑작스럽게 조기 총선을 실시하고서도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제때 새 정부를 구성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당장 그는 총리를 임명하고 분열된 의회에서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압박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NFP 내 최대 진영인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와도 맞서야 하는 처지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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