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냉각탑 화재…러·우크라 서로 '네탓'(종합2보)

입력 2024-08-12 18:45
자포리자 원전 냉각탑 화재…러·우크라 서로 '네탓'(종합2보)

러 "우크라 폭격으로 불" vs 우크라 "러시아가 불 질러"

"냉각탑 붕괴나 방사능 유출 위험 없어"…푸틴 "중요시설 경각심 촉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단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11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하면서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됐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자는 화재로 폭발 가능성은 없으며 냉각탑에 난 불이 발전소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인근 도시 에네르호다르에 공격을 가해 화재가 발생했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다.

러시아 국영원전기업 로사톰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이 '핵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로사톰은 "11일 오후 8시 20분과 32분께 자포리자 원전의 2개 냉각탑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공격용 드론(무인기)에 피격돼 내부 구조에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11시 30분께 큰불이 잡혔지만 냉각탑 내부구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 대변인 예브게니야 야시나는 12일 스푸트니크 통신에 "냉각탑이 내부에서 불에 탔고 복구 시간은 상황 평가 결과에 달렸다"고 밝혔다.

또 타스 통신에는 "냉각탑이 내부에서 완전히 불탔지만 붕괴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에 불을 지르고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이 시설에 불을 질렀다"면서 이는 필요시 자포리자 원전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핵재난을 안겨줄 수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기업 에네르고아톰도 성명을 내고 이날 화재 속에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이 있는 에네르호다르 인근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냉각탑 안에서 오토바이용 타이어를 태워 화재를 꾸며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 이건 일종의 도발이거나 (러시아군이 작년 댐을 무너뜨리기 전까지 원전 냉각수 공급용) 저수지였던 이곳 주변 주민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러시아 당국에서 냉각탑 화재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받았다며 "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2일 성명에서 "드론 공격이 있었던 냉각탑 주변에는 방사성 물질이 없었고 이에 따라 방사선 수치가 상승할 위험도 없다고 현장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며 원전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 수장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텔레그램에서 원전 화재로 자포로제, 특히 에네르호다르 지역 주민들이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의했다면서 "대통령은 원전을 포함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모든 지역 시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발발한 직후 러시아 측에 점령됐다. 같은 해 9월 원자로 6기 모두가 '냉온정지'(cold shutdown) 상태로 전환되면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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