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서 '리튬광산 개발' 반대 대규모 시위

입력 2024-08-11 18:35
세르비아서 '리튬광산 개발' 반대 대규모 시위

글로벌 기업 리오틴토 리튬광산 채굴 재개…환경오염 우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발칸반도 내륙국 세르비아에서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AFP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환경단체를 비롯한 수만명이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가를 행진하며 "리오 틴토는 세르비아에서 나가라", "채굴 안 돼"를 외쳤다.

세르비아 내무부는 시위 참가 인원을 2만4천∼2만7천명으로 추산했다. 시위대는 베오그라드의 주요 기차역에 진입해 철로 점거 농성도 벌였다.

시위 주최 측 즐라트코 코카노비치는 앞으로도 철로 점거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밤낮으로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비차 다치치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시위 주최자와 주도자들을 모두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튬은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로,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전기차 수요와 맞물려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지만 채굴, 정련 과정에서 환경오염 우려가 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조사에 따르면 세르비아 서부의 자다르 광산에는 약 120만t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12위, 유럽 3위에 해당한다.

이는 연간 유럽 전기차 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약 11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영국과 호주 자본으로 구성된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 틴토는 2004년 발견된 이 광산의 수익성을 눈여겨보고 2021년 세르비아 정부의 개발 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환경 영향 평가와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개발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세르비아 정부는 2022년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시위가 잇따르자 광산 개발 허가를 취소했지만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세르비아 정부가 리오 틴토의 광산 개발을 재허가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세르비아에서는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문제가 누적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해 유럽 대기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럽 대륙에서 대기질이 가장 나쁜 15개 지역 중 5개 지역이 세르비아였다.

2020년 세계 보건·공해 연합에 따르면 세르비아에서 환경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175명으로 유럽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리튬 광산 개발이 침체한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세르비아는 유럽연합(EU), 독일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르비아가 EU와 독일에 리튬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배터리와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는 조건이다.

세르비아는 이러한 전략적 관계 구축을 통해 10년 넘게 추진해온 EU 가입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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