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나 전 총리에 협력' 방글라 대법원장, 학생들 요구로 사퇴
정국혼란 계속…유누스 과도정부 수반, 시위 희생자 유가족 만나 위로
美의회 일각 "시위 유혈진압 책임자들에 제재 가해야"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방글라데시에서 반정부 시위로 총리가 사퇴한 뒤 과도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대법원장이 대학생과 시민들의 사퇴 요구로 물러났다고 현지 매체와 AP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이둘 하산 대법원장이 전날 과도정부 법무부를 통해 사표를 제출했으며, 국가원수인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에 의해 사표가 수리됐다.
대법관 5명도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동반 사퇴했다.
이들의 사임은 대학생과 시민들의 요구에 떼밀려 이뤄진 것이다.
하산 대법원장은 전날 오전 대법원과 고등법원 판사 회의를 소집해 과도정부 아래서 어떻게 일할지 논의하려 했으나 대학생과 시민들이 대법원 경내로 밀고 들어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무조건적 사퇴를 요구했다.
대학생 등은 사법부가 정치인이나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전 정부를 비호했을 뿐만 아니라 집권당 아와미연맹(AL)과 협력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사법부에 부패한 법관들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AL을 이끌어온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는 최근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할당에 대한 대학생 반대 시위가 격화하자 무력진압을 하다가 시위대에 밀려 지난 5일 퇴진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대법원장 등의 사임은 하시나 총리의 퇴진 사흘 만에 과도정부가 들어서 정국 혼란 수습에 나선 가운데 이뤄졌다.
과도정부 수반은 빈곤퇴치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가 맡았다.
유누스 과도정부 최고 고문(총리격)은 전날 이번 시위과정에서 숨지면서 전국적 시위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 한 대학생의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과도정부는 의회가 지난 6일 해산함에 따라 헌법에 의거해 90일 이내 총선을 실시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정국 혼란으로 언제 총선이 실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1야당이 총선을 3개월 이내 실시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아시프 나즈룰 법률담당 고문(법무부 장관격)도 과도정부는 국민과 정당들의 개혁과 총선에 관한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만큼 오래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대학생 시위가 시작돼 하시나 전 총리가 퇴진한 지난 5일 이전까지 400여명이 사망한 데 이어 5일 이후에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이후 경찰 수십명이 살해되면서 전국의 경찰이 피살 위협 등을 이유로 파업에 들어갔다.
군부가 경찰의 업무 복귀를 지원하고 있지만 경찰의 완전한 업무 복귀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번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지도부의 핵심 일원으로서 과도정부 정보통신기술 담당 고문으로 일하게 된 나시드 이슬람은 시위과정에서 취해진 당국의 전국적인 인터넷 차단 조치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또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방글라데시 시위의 유혈 진압 책임자들에게 제재를 가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크리스 밴 홀런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과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5명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서한을 보내 이같이 요구했다고 로이터가 11일 전했다.
yct94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