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플로우] 폭락 후유증…코스피 '빚투' 5개월 만에 10조 아래

입력 2024-08-10 08:00
[머니플로우] 폭락 후유증…코스피 '빚투' 5개월 만에 10조 아래

3일간 미수거래 반대매매 777억원…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줍줍'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블랙먼데이' 폭락 여파로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대량 청산되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밑돌게 됐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및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1천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시 급락 직전이었던 이달 1일 기록한 신용거래융자 잔고 19조5천160억원 대비 2조3천892억원(12.2%)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1천119억원(월초 대비 10.2%)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줄어들면서 8일 수치는 9조8천132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 3월 초 이후 5개월 만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증시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담보유지비율 등을 지키지 못해 대량의 반대매매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자신의 자금을 일부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하는 거래를 뜻한다.

주가에 따라 산정되는 계좌 평가금액 대비 대출금액은 회사가 정한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하는데, 주가가 하락해 이 담보유지비율에 미달하면 투자자는 추가로 담보를 납부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융자금 상환 기일 전이라도 증권사는 임의로 담보물(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신용융자에 의한 반대매매 규모는 공개되지 않지만, 비슷하게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 투자하는 '초단기 외상'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 6∼8일 3거래일간 777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락 바로 다음 거래일인 지난 6일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은 433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영풍제지[006740]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폭락 당일인 5일에 전 거래일 대비 5조6천197억원이나 급증한 59조4천876억원을 기록했다가 8일 55조1천217억원으로 줄었다.



간접 투자 상품인 펀드는 국내 주식형과 채권형 모두 설정액이 늘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064850]가 집계한 공모펀드 설정액 증감 추이를 보면, 9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는 일주일간 7천730억원이, 국내 채권형 펀드는 그보다 많은 1조3천481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블랙먼데이' 여파로 마이너스(-) 9.42%에 달했다.

연초 이후 4조3천억원대 자금이 유입된 해외 주식형 펀드는 일주일간 2천306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2∼8일 미국 주식과 일본 주식은 모두 매도금액이 매수금액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2억1천600달러어치를, 일본 주식은 8천400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이른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ICE 반도체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SOXL' 상장지수펀드(ETF)로 4억2천900만달러를 사들였다.

지난 7일 인공지능(AI) 칩 제조사 엔비디아 주가가 주당 100달러선이 무너지는 등 반도체주가 급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nor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