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들 2분기 부진 딛고 "화장품·해외진출 강화 나섰다"
삼성물산·한섬·신세계인터·코오롱FnC 영업이익 감소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들이 의류 소비를 줄이면서 올해 2분기 주요 패션·의류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패션·의류기업들은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1일 패션·의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패션 부문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천130억원과 영업이익 520억원을 거뒀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2.1%, 8.8% 각각 감소한 수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분기 의류 시장이 소비심리 위축과 비수기 영향을 받았으나 상대적으로 상품 경쟁력과 온라인 사업 호조로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한섬[020000] 역시 2분기 매출은 3천417억원으로 1.2% 줄었고 영업이익은 41억원으로 29.5% 감소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2분기 매출은 3.9% 감소한 3천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33억원으로 27.8%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지속되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다만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18.7% 각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2분기 매출은 3천266억원으로 1%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5.8% 감소했다.
MLB 등을 전개 중인 F&F[383220]도 2분기 매출이 3천915억원으로 3.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18억원으로 16.6% 줄었다고 전했다.
의류업계 실적 부진은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인 영향이 크다고 업계는 강조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의복 등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6%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유 자금이 줄어 들면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의복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의류업계는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패션·의류업체들은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K-뷰티로 주목받는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분기 코스메틱 부문 매출은 작년보다 9%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화장품 브랜드 어뮤즈를 713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럭셔리·프리미엄 위주의 코스메틱 사업 포트폴리오를 풀라인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어뮤즈는 '장원영 틴트'로 불리는 젤핏 틴트를 필두로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8년까지 어뮤즈 매출을 2천억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2분기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는 연작, 비디비치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며 "하반기 어뮤즈와 스위스퍼펙션 브랜드의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확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섬 역시 지난 6일 최근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의 제조사인 한섬라이프앤의 지분 49%를 추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한섬은 한섬라이프앤을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한섬 관계자는 "한섬라이프앤 지분 100%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 투자 체계를 갖추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바이오랜드[052260] 등 그룹 계열사와 협업해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한 신규 화장품 브랜드 출시는 물론 수입 뷰티 브랜드 확대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내수 시장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 타진하고 있다.
한섬은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다.
한섬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시스템·시스템옴므 파리'를 오픈한 데 이어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 시스템의 팝업 스토어(임시매장)를 열었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일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앞서 코오롱스포츠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이토추를 파트너사로 지정해 유통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코오롱FnC의 또 다른 브랜드 아카이브 앱크는 태국 최대 유통기업인 센트럴백화점과 단독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F&F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WBD(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진출하기로 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연내 상하이 1호점을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100개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F&F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라선 MLB처럼 핵심 브랜드 중 하나인 디스커버리도 해외 사업 전개를 위해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cha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