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유세 방해 '친팔' 시위대에 "트럼프가 이기길 원하나"

입력 2024-08-09 02:31
수정 2024-08-09 16:15
해리스, 유세 방해 '친팔' 시위대에 "트럼프가 이기길 원하나"

경합주서 연설 도중 구호 외치는 시위대에 단호한 태도 보여

네타냐후 회동 땐 가자 민간인 희생에 강한 우려…미묘한 줄타기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유세를 방해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해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가 이기길 원하느냐'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근교에서 열린 유세 때 연설하던 중 "카멀라, 카멀라, 당신은 숨을 수 없다. 우리는 학살을 위해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는 일군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마주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잠시 발언을 멈춘 채 자신은 민주주의를 믿고 모든 사람의 발언권이 중요함을 믿는다고 밝힌 뒤 "하지만 지금 내가 연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럼에도 시위대가 계속 구호를 외치자 해리스 부통령은 "당신들 그거 아느냐? 당신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이기길 원하면 그렇게 말하라. 그게 아니라면 내가 말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단호한 태도에 청중들은 환호하며 시위대에게 연설 방해를 중단하라고 외치는 등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주 유세 계기에 친팔레스타인 계열 행동가들과 소통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문제를 논의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해리스 부통령 참모를 인용해 보도했다.

친팔레스타인 단체 측은 해리스 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논의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고 발표했지만 해리스 측이 이를 사실상 부인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런 태도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0개월 이상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동 문제에 대해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민주당 지지층 내 반이스라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후보 없음' 투표 운동이 미시간을 포함한 일부 경합주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동 때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쓴소리를 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한때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대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택한 배경에는 유대인인 셔피로의 친이스라엘 입장에 대한 당 일각의 반발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그와 동시에, 남편이 유대인인 해리스 부통령은 친팔레스타인 표심에 과도하게 끌려다닐 경우 미국의 중동 맹방인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주류 사회의 표심을 잃을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