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재' 벤츠 전기차 배터리, 국내 '안전성 검증' 사각지대
국내에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전기차 3천여대
교통안전공단 "수사 결과 따라 시험 확대"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벤츠 EQE 전기차에 탑재된 중국 파라시스사 배터리는 국내 조사기관의 시험·평가를 거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배터리 안전성 검증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특히 국내에는 파라시스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3천여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련 검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지난 2009년 하이브리드차·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구동축전지 안전성 평가시험'을 도입한 이래 벤츠 EQE를 대상으로 시험을 한 적은 없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연소, 과충전, 과열, 낙하 등 총 12가지 시험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이는 국내외 차량 제조·수입사 중 '자기인증적합조사' 대상 차량으로 선정된 차량에 대해 시행한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제조·수입사가 스스로 배터리를 포함한 차량 안전성 등의 인증을 마치면 추후 판매된 신차를 확보해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검증한다.
조사 대상 자동차는 각 사가 제출한 자체 시험성적서와 판매량, 결함 신고 등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연구원 측은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는 자기인증적합조사 대상에 선정된 바 없으며, 수입사가 별도로 일반용역 시험을 의뢰한 바도 없어 연구원에서 시험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벤츠 EQE 차량에 탑재된 파라시스 배터리는 해외에서 대규모 리콜을 유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품질 문제가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연구원이 선제적으로 조사에 나섰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구원 측 관계자는 "자기인증적합조사는 배터리 제조사가 아닌 차량 모델을 기준으로 시행하는데, 벤츠 EQE는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 들지 않았다"며 "같은 배터리 팩을 사용하더라도 장착하는 팩의 개수 또는 전기적 연결 상태, 시스템 구성 등의 차이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3천여대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발화 원인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등을 따라 이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대한 자기인증적합조사 확대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추가로 시험 기준을 만드는 등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확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부터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신차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KNCAP)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능동 안전 보호기능 평가 항목을 신설한다.
주차 중 배터리 열폭주 등 상시 이상 감지, 이상발생 경고 및 신고, 정보 저장 등이 포함됐다.
공단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사전탐지가 어렵기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신속 발생보고 체계를 구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sh@yna.co.kr
'화재' 벤츠 전기차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3만대 리콜 전력 / 연합뉴스 (Yonhapnew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