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노크 체포' 논란…"당국, 방문객인 척 野인사 연행"
대법 '개표 감사' 야권 후보 불참…"법정모독죄 처벌 가능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7·28 대선 개표 부정 논란 속에 베네수엘라 수사당국 요원이 방문객인 것처럼 위장해 야권 인사의 자택에 진입해 체포 작전을 벌이는 모습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베네수엘라 주요 야당인 벤테 베네수엘라(VV)는 7일(현지시간)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대선 후보 캠프 핵심 지도부 중 한 명인 마리아 오로페사의 자택을 정부 요원들이 급습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벤테 베네수엘라는 "베네수엘라 서부 포르투게사주(州) 과나레에 있는 오로페사의 주거지에서 당국이 불법으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며 "현재 오로페사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에는 사람들이 오로페사 자택 입구에 설치된 철제 잠금장치를 부수려고 시도하며 오로페사에게 동행할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영장을 보여 달라"고 외치는 오로페사의 외침도 들린다.
해당 영상은 오로페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생중계한 뒤 벤테 베네수엘라에서 다시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정부 요원들이 방문객처럼 문을 노크한 뒤 야권 정치인과 지지자를 불법으로 연행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앞서 베네수엘라 검찰은 곤살레스 후보와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상대로 내란 선동 등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곤살레스와 마차도는 모처에 은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차도는 지난 1일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저와 제 동료의 생명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숨어서 이 글을 쓴다"고 알린 바 있다.
정부 비판적 논조를 견지하던 한 지역 신문사(엘카로레뇨) 본사에도 이날 정보요원과 국가방위대원이 예고 없이 들어와 수색했다고 베네수엘라 언론노조는 밝혔다.
이런 가운데 곤살레스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신청으로 개시된 개표 감사 절차를 위해 이날 법정에 출석하라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엑스에 올린 성명에서 절차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는 유권자의 민의를 반영한, 유효한 개표 결과 증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사법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친(親)여권 인사로 포진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곤살레스 불출석을 법정모독죄와 연관 지으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은 보도했다.
마누엘 로살레스 술리아주 주지사를 비롯해 이번 대선에 출마한 다른 야당 후보 3명은 이날 대법원에서 "개표 결과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개표 불투명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지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정치 이념상 마두로와 같은 좌파로 분류되는 남미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마두로 대선 승리'라는 베네수엘라 선관위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선거에서 사기가 저질러졌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성토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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