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실버경제 커지는데…고령친화산업 전략·지원 뒷걸음"
산업연구원 보고서…韓 실버경제 규모 709조원·GDP 파급효과 957조원
美日英 돌봄로봇 등 '에이지테크' 지원 활발…"신성장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국의 실버경제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겨냥한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은 더디고 정부의 전략도 부재해 종합적인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령친화산업 현황과 정책 방향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7% 이상)로 진입한 데 이어 2017년 고령사회(고령인구 14% 이상)로 이행했으며, 오는 2025년 초고령사회(노령인구 20% 이상)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7.49%로, 일본(29.92%), 독일(22.41%), 영국(19.17%)보다는 낮고, 미국(17.13%), 중국(13.72%)보다는 높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39.7%에서 오는 2030년 48.7%로 급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일본(47.4%→52.9%), 독일(44.7%→46.0%), 영국(37.9%→39.9%), 미국(35.6%→37.0%), 중국(32.8%→39.2%) 등의 50대 인구 비율이 1.3∼6.4%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이 보다 많은 9.0%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AAAP 자료에서 한국의 50대 이상 인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2020년 5천160억달러(약 709조원)로 전체 국민 소비지출의 52.0%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 파급효과는 6천960억달러(약 957조원)로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30년 50대 이상 인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8천850억달러(약 1천217조원), GDP 파급효과는 1조230억달러(약 1천406조원) 규모로 각각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실버경제의 위상에 비해 한국의 고령친화산업 발전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과 유사하게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주요국은 고령친화산업을 '에이지 테크'(Age Tech) 중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정부 차원의 전략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노인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고령친화산업에 로봇, 모바일 기술, 인공지능(AI) 등 에이지 테크를 접목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에이지 테크 관련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은 연구혁신기구(UKRI)에서 최신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용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연구자금 및 전문가 자문을 제공한다.
일본 역시 후생노동성이 경제산업성과 함께 돌봄로봇 개발·보급 촉진 사업을 시행하는 등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시행해 오던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 예산이 올해 전액 삭감되고, 2020년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에는 법에서 규정한 '고령친화산업 발전계획'이 누락되는 등 관련 정책이 미비한 상태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고령자용 돌봄로봇이나 지능형 제품의 개발이 늦춰지면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제품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게 돼 실버경제 확대의 과실이 해외 기업에 돌아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고령친화산업을 실질적인 정부 산업정책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부처가 함께 협력해 첨단기술 중심의 고령친화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 계획을 마련하고 시행해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동시에 고령친화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