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실적, 과징금·파페치에 발목…현금성 자산은 7조원

입력 2024-08-07 09:56
쿠팡 실적, 과징금·파페치에 발목…현금성 자산은 7조원

과징금 추정액 1천630억원 선반영…티메프사태 속 재무건전성 자신

김범석, 월회비 인상에 "와우회원 혜택 늘리는 데 계속 집중"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쿠팡이 2분기에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역대급 과징금 부과와 최근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에 발목을 잡혀 8분기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은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과징금 추정치를 선반영했을 뿐 실제 부과 여부는 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금성 자산이 7조원을 넘었다며 재무 건전성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7일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 모기업 쿠팡Inc는 2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공정위 과징금 추정치 1천630억원 및 자회사(합작법인) 파페치의 영업손실 424억원의 영향으로 3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 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긍정적 구매 후기를 달아 높은 별점을 부여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고 쿠팡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공정위는 2019년 2월부터 작년 7월까지 쿠팡의 행위와 관련해 잠정 과징금을 1천400억원으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5일까지 행위에 대한 과징금까지 추가해서 최종 의결서를 쿠팡에 송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최종 과징금 액수를 1천630억원으로 추정해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2분기 판매관리비 부문에 선반영했다.

미국 상장 기업은 실제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사건이 발생하거나 공표된 시점의 비용을 실적에 미리 반영하는 발생주의(accrual basis) 원칙을 따른다.

쿠팡은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한국 공정위의 제재 사실 및 항소 계획을 공시하면서 '검색 순위는 한국과 글로벌 모든 전자상거래업체(e-retailers)의 관행'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1천600억원대 과징금은 국내에서 유통업체에 부과된 역대 최대 금액이다. 쿠팡의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이 1천940억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알 수 있다.

글로벌 명품플랫폼 파페치 인수에 따른 구조조정 등 비용도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파페치는 뉴욕증시에 상장해 한 때 시가총액이 30조원에 달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작년 말 6천500억원(5억달러)을 구하지 못하면 부도날 위기에 처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인수할 의도는 없었지만 5억달러를 투자해 거래액 40억달러에 달하는 업계 최고 서비스를 인수할 드문 기회였다"며 파페치를 끌어안았다.

일각에서는 명품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계하는 '오픈마켓' 형태의 파페치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김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파페치와 관련해 "연말까지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 흑자 근접을 목표로 하는데 현재로서는 올해 목표 달성이 순조로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직 여정의 초기 단계지만 파페치의 발전과 잠재력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날 실적발표에서 재무 건전성을 강조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업체의 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기 때문이다.

쿠팡의 2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억3천600만달러(7조5867억원)로 작년 말 52억4천300만달러보다 2억9천300만달러가 늘었다.

2분기 매출 총이익은 2조9천354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41%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 이후 꾸준히 해외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국내에 조달하고 물류센터 등 전국 쿠세권(로켓배송 가능지역) 투자를 확대하면서 리스크 경영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쿠팡은 오픈마켓 판매자 정산금을 관리하는 별도의 자체 전자결제업체(PG) 자회사인 쿠팡페이를 운영 중이다.

작년 말 기준 쿠팡페이의 유동비율(107%)과 유동부채 대비 현금비율(81%)은 이커머스 업계 최상위권이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부터 기존 유료 회원 월회비를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올린 데 대해 "회원 혜택을 늘리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며 자녀가 있는 고객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해당 고객들은 한 달에 23차례 무료배송을 받고 있다"며 "이는 2번가량의 배송 비용인 월회비로 그 10배 이상 금액을 절약하는 셈이고, (회원은) 무료 반품과 단독 할인, 무료 동영상 스트리밍은 물론 가게에 갈 시간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고객을 위한 혜택을 늘리고, 아직 회원 가입을 하지 않은 수천만명의 쇼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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