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大화재 1년] ③ "마우이에 韓 여행객 발길 끊겨…관광업 더딘 회복"
마우이 관광업 종사 한인 한숨…치솟은 숙박료에 관광 문턱 높아져
6월 마우이 방문객 수 작년보다 22% 감소…"경기는 80%가량 살아난 듯"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이제 마우이에 한국 관광객은 없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까지 동양인 관광객은 다 발길을 끊었습니다."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관광업에 종사해온 김남용(65) '마우이 고려관광' 대표는 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김 대표의 전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마우이섬에 큰 피해를 낸 산불 화재 이후 현지 호텔 등 숙박업소 요금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피해 지역 라하이나 마을에 살던 주민 약 1만2천명이 모두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되면서 숙박업소들이 이들을 수용하는 임시 숙소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는 한국 관광객들이 오면 주로 중급 호텔에 묵었는데, 이 호텔들이 이재민들에게 제공되면서 남은 호텔의 가격이 비싸졌다"며 "항공편으로 호놀룰루에 오는 한국 관광객들이 굳이 이렇게 돈을 들여가며 마우이섬까지 들어올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숙박 예약 앱을 통해 마우이 숙소를 검색하면 해변에 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텔의 가장 작은 방이 평일 1박에 300달러 후반대로, 한화 50만원에 달한다. 이름 있는 호텔 체인의 2인용 객실 가격은 1박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하와이 왕국의 옛 수도로 유서 깊은 사적이 모여 있는 관광지 라하이나 마을이 통째로 불타 잿더미가 되면서 관광객들이 볼거리도 많이 줄었다고 김 대표는 아쉬워했다.
마우이의 관광업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은 공식 통계로도 드러난다.
하와이주 경제개발·관광부가 지난 6월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마우이의 전체 방문객 수는 21만6천65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27만6천136명)보다 21.8% 감소했다.
또 올해 상반기 6개월간 마우이 방문객 수는 113만2천234명으로, 작년 동기(148만5천757명)보다 2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 방문객 수는 지난 6월 53만2천915명, 올해 상반기 285만5천592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6.3%, 4.1% 늘었다.
마우이 호텔·숙박협회 이사인 리사 폴슨은 지난 5일 하와이 퍼블릭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호텔에 묵고 있던 이재민들이 외부 여행객 유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 관광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폴슨 이사는 "마우이 관광에 대한 이런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정리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래도 마우이섬은 오아후섬과 함께 미국 본토에서 직항으로 올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미국인들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은 관광지다.
미국 본토에서 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부유층이고 고급 호텔에 묵으며 씀씀이도 큰 편이어서 현지 경기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마우이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인들은 작년 화재 이후 매상이 떨어져 타격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광업이 전체적으로 살아나면서 80% 정도는 회복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부인이 마우이섬의 중남부 해변 관광지 와일레아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데, 이 가게의 최근 매출이 1년 전에는 조금 못 미쳐도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화재 피해의 중심 지역인 라하이나에서 사업을 하다 크게 손실을 본 한인 20여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여파로 상업용 건물의 임대료가 치솟은 탓에 사업을 재개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화재의 책임이 있는 전력망 관리업체 하와이안 일렉트릭과 주 정부 등은 피해 주민들에게 총 40억3천700만달러(약 5조5천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건물 소유주가 아닌 경우 이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는 이제 본인도 더는 일거리가 없어 쉬어야 할 것 같다면서 "은퇴할 나이도 됐다"고 쓸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마우이섬에는 한인 약 500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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