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 교황이 가장 사랑하는 문학 장르는 '비극'
예비 사제들에 독서 권장하며 "인격적 성숙으로 가는 길"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비 사제들에게 독서를 권장한 글에서 자신의 문학적 취향을 상세히 드러내 눈길을 끈다.
4일(현지시간) 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뉴스, AFP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예비 사제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며 특히 소설과 시를 읽으라고 권했다.
그는 "삶을 직시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설과 시를 무시하거나 제쳐두거나 감상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남성과 여성의 마음에 말을 걸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독서는 인격적 성숙으로 가는 길의 일부"이며 따라서 사제 서품을 받는 이뿐만 아니라 사목자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전도자로 평생을 살았던 사도 바울이 독서광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좋은 책은 덜 건전한 다른 선택에서 우리를 지켜주며 강박적인 생각에 갇힌 마음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지치고, 분노하고, 실망하거나 실패한 순간 기도만으로는 내면의 평온을 찾지 못할 때 좋은 책은 마음의 평화를 찾을 때까지 폭풍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독서가 영화나 TV 시청보다 더 많은 개인적인 몰입이 있어야 하며 어휘력을 향상하고 지적 능력을 개발하며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한때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기도 했던 교황은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장르를 열정적으로 예찬했다.
그는 "나는 비극적인 사람들을 사랑한다"며 "왜냐하면 우리 모두 그들의 비극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우리 자신의 드라마를 표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등장인물의 운명 때문에 우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리 자신, 우리 자신의 공허함, 결핍, 외로움 때문에 우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서한에는 C.S. 루이스, 마르셀 프루스트, T.S. 엘리엇,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과 같은 문학 거장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 차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과거 교황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를 첫손에 꼽은 바 있다. 이탈리아 작가 엘레산드로 만초니의 '약혼자들'도 교황의 애서 목록에 들어있다.
교황은 즉위 직후 인터뷰에서 이 책에 대해 "세 번 읽었는데, 또 읽으려고 책상에 놔둔 책"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교황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에 관해 연설하면서 로버트 휴 벤슨의 1907년작 '세상의 주인'을 인용한 바 있다. 교황은 암울한 미래를 그린 세계 최초의 디스토피아 장편소설인 이 작품을 언급하며 "이 소설을 읽어보니 흥미롭다"고 G7 지도자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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