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수준 퇴보한 日증시…'엔저·주가 강세 흐름' 바뀌나
거듭된 폭락에 美 경기침체 우려·엔화 강세 영향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올해 연초부터 거침없이 상승하며 역대 최고를 여러 차례 경신했던 일본 증시가 이달 들어 거듭 폭락하면서 올해 상승분을 반납하고 작년 10월 수준으로 단번에 퇴보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5일 직전 거래일 대비 4,451포인트 하락한 31,458로 장을 마감했다. 하락률은 12.4%나 됐다.
이날 닛케이지수 하락 폭은 1987년 10월 20일 당시 기록한 3,836포인트(14.9%)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였다. 당시 일본 증시는 미국 뉴욕 증시가 폭락한 '블랙 먼데이' 영향으로 이례적인 낙폭을 기록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달 11일 미국 증시 훈풍에 힘입어 역대 최고인 42,224로 장을 마감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지난달 하순에도 38,000∼39,00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직전 거래일인 2일과 이날 총 6,600포인트 넘게 빠지면서 38,000대에서 31,000대로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작년 연말 종가인 33,464보다 2,000포인트가량 낮아진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고 짚었다.
닛케이와 교도통신 등 일본 주요 언론은 닛케이지수 급락 요인으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이와 맞물린 엔화 강세를 꼽았다.
요미우리신문은 "7월 미국 고용 통계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강해져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술주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져 반도체 제조장치를 만드는 도쿄일렉트론은 주가가 하루 만에 18.48%나 폭락해 작년 연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엔/달러 환율은 미국 경기에 대한 다소 비관적인 전망으로 인해 이날 한때 1월 초순 수준인 141엔대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순 161엔대까지 올라갔다가 한 달 만에 20엔가량 하락했다.
아사히신문은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일본 수출 관련 종목에 하락 압력이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례적인 엔화 약세를 활용해 수출을 늘리고 실적을 개선해 국내외 투자자 관심을 받았다.
예컨대 세계 완성차 1위 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엔화 약세 덕분에 올해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분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미국 주식이 일단 하락하면 그에 연동해 일본 주가도 내려갈 우려가 있다"며 "달러 약세, 엔화 강세는 일본 주식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지지통신은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려는 자세가 강해져 연초부터 이어진 '엔화 약세·주가 강세'가 역전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