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韓 양궁 활약 이끈 '맏언니' 전훈영의 리더십…"후회는 없다"
서른에 '꿈의 무대' 올림픽 출전…동생들에 숙소 양보하며 팀 이끌어
집안싸움 중에도 농담 건네는 '분위기 메이커'…"후련한 마음 제일 크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전훈영(30·인천시청)은 전날 시상대 위에 오른 동생들이 제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대회 기간 내내 정신적 리더 역할을 도맡았다.
4일 대한양궁협회 등에 따르면 전훈영은 30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4년 전 도쿄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나 코로나19로 경기가 1년 연기됐고, 재차 실시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지며 3년 뒤를 기약해야 했다.
2014년 세계대학선수권대회 2관왕 이후 국제대회 수상 이력이 없던 전훈영은 올해 4월 국가대표 선수단에 이름을 올리며 간절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전훈영은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경기 내내 팀의 맏언니로서 열 살 안팎 터울의 동생들을 챙기는 데 몸을 아끼지 않았다.
파리에 도착해 선수단 숙소를 정할 때는 2인 1실로 배정되는 숙소 구성을 보고 자진해서 타 종목 선수와 함께 방을 쓰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코칭 스태프가 "태릉 시절도 아니고 타 종목 선수와 열흘 넘게 지내는 게 괜찮겠느냐"고 묻자, 전훈영은 "동생들이 편하게 지내면 나도 좋다"고 웃으며 답했다고 한다.
경기를 운영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전훈영은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단체전에서는 활을 빠르게 쏴야 하는 1번 주자로 나서 동생들의 부담감을 덜었다.
양궁 단체전은 세트당 120초가 주어지며 3명이 120초 안에 각 2발씩 쏴야 한다. 첫 주자가 빨리 쏠수록 2, 3번 주자는 여유로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1번 주자 전훈영은 단체전 결승전에서 10점을 다섯차례 맞췄고, 슛오프에서도 10점에 꽂아 넣어 금메달 수상을 향한 길을 닦았다.
털털한 성격의 전훈영은 단체전에서 동생들에게 먼저 엉뚱한 농담을 건네며 긴장을 풀어주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다.
한국 양궁팀의 '집안싸움'이 벌어진 지난 3일 낮에도 전훈영은 경기장으로 향하며 임시현에게 먼저 장난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전훈영의 리더십으로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했으며, 혼성전, 개인전 등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3명 모두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세간의 우려를 딛고 이뤄낸 쾌거다.
경기가 끝난 직후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훈영을 찾아와 격려했다. 정 회장은 대회 기간 동생들을 이끌고 다독여준 전훈영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전훈영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양궁 대표팀을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며 "부담이 컸는데 목표를 이뤄냈다. 팀으로 보면 너무 좋은 결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며 "후련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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