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극우 폭력시위 확산…주말새 30개 지역 시위 예고

입력 2024-08-03 21:21
영국서 극우 폭력시위 확산…주말새 30개 지역 시위 예고

'反인종주의' 맞불시위도 곳곳에서 진행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사망한 흉기난동 사건 이후 극우 폭력 시위가 계속 확산하고 있다. 당국은 주말 사이 약 30곳에서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대비 중이다.

3일(현지시간) BBC·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금요일인 전날 밤 잉글랜드 동북부 도시 선덜랜드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져 경찰관 3명이 다치고 시위자 8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모스크(이슬람사원) 앞에서 시위 대응에 나선 경찰을 향해 벽돌과 맥주캔 등을 던졌으며 경찰서 바로 옆 건물과 차량에 불을 질렀다.

일부가 이슬람 혐오적 표현과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의 이름을 외치는 모습도 언론에 목격됐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노섬브리아 경찰은 "폭력과 약탈, 파괴행위 등은 시위가 아닌 범죄행위"라며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이 극단적인 의제 홍보에 희생자 유족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反)극단주의 단체 '호프 낫 헤이트'(Hope Not Hate)가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주말 새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반다문화주의', '반이슬람', '반정부' 의제를 내세우는 시위 30여 건이 예정돼 있다.

상당수 시위대가 망명 신청자 숙소로 쓰이는 호텔을 겨냥하고 있는데, 일부는 숙소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극우 시위에 맞선 반인종주의 단체의 '맞불' 시위도 고개를 들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맨체스터에서는 "토미 로빈슨에 반대", "인종주의·파시즘을 부수자"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든 반인종주의 시위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리버풀, 노팅엄, 블랙번 등지에도 반인종주의 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경찰은 난민 지지 시위와 반이민 시위가 동시에 벌어지자 충돌을 막기 위해 두 그룹 사이에 벽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위는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침입한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사건 이후 확산하고 있다.

상세한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17세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에 퍼진 이후 사우스포트와 런던 등지에서 반이민·반무슬림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축구 훌리건을 상대하듯이 폭력 가담자들에게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국적인 경찰 조직을 꾸려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경찰서장협의회 개빈 스티븐스 회장은 경찰이 주말 동안 폭력 사태 억제를 위해 경찰관 다수를 배치하기로 했으며 검찰도 소요자 기소를 위해 주말에 추가 인력을 대기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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