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여행·상품권 환불은 보류…"의무 주체 누구" 법리 검토
소비자원 분쟁조정 결과 기다려야…물품 배송 10만건은 주중 환불 완료
'1조 육박' 미정산 판매대금에도 지원 시작…한도 3억→30억 확대할 듯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채새롬 기자 = 티몬·위메프의 일반 상품 관련 소비자 환불이 이번주 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서는 환불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신금융협회 등 업계와 정부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의 여행상품과 상품권 환불 의무에 대해 법리 검토에 착수하면서 소비자들은 소비자원의 분쟁조정 절차를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아울러 1조원에 육박하는 미정산 판매대금에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절차도 이르면 주중 시작되는 가운데 대출 한도를 최대 3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 '여행상품·상품권도 PG가 환불해야 하나'…업계·정부 법리검토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티몬·위메프의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 PG사가 법적으로 환불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돌입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물품에 이어 환불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여행상품과 상품권 환불은 당분간 보류될 전망이다.
현재 소비자가 결제했지만 배송받지 못한 일반 상품에 대해서는 PG사와 카드사가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티몬 7만건(40억원 상당), 위메프 3만건(18억원 상당) 등 10만건, 60억원 상당 규모로, 이번 주 내로 환불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서는 환불 의무가 어디에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우선 상품권의 경우 핀(PIN) 번호가 아예 발송되지 않았다면 용역 및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PG업체의 환불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핀번호가 소비자에게 전달된 경우에는 소비자가 아직 상품권을 쓰지 않았더라도 판매 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상품권을 실제로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PG업체 대신 상품권 판매업자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행상품의 역시 여행 일자가 다가오지 않아 아직 여행을 가지 못했더라도 여행이 확정된 이상 여행사가 여행을 취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행사가 환불을 진행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PG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권 핀번호가 전송된 경우, 여행상품 일정이 확정된 경우는 PG사 입장에서는 결제 서비스는 이행됐기 때문에 환불 절차는 서비스 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업계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전문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품권 핀번호 미발송 건, 여행상품 건에 대해서는 소비자원의 분쟁조정 절차 및 법률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 계약이 성립됐기 때문에 PG업체에 법적 책임을 물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집단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일부터 2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결과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못 받은 피해 고객의 집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3천340건으로 집계됐다.
소비자원은 9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분쟁조정 신청을 받고, 여행 관련 상품부터 집단 분쟁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환불 주체를 따지는 절차가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상품권 및 여행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돼도 전액 환불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미정산 피해액 1조원 육박…긴급지원 절차 주중 시작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총 5천600억원의 유동성 공급 절차를 시작한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지난달 31일 기준 2천745억원이지만,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6~7월 거래분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측에서 법원 회생절차 중 보고한 미정산 규모가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로 알고 있다"며 "아직 검증된 숫자는 아니라 당국 차원에서 하나씩 확인하는 절차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상품권 발행사 등 일부는 유동성 지원 대상에서 빠질 예정이기 때문에 5천6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 프로그램으로 1차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필요시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 방안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정산 피해 판매자는 5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 대다수는 미정산액이 1억원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일부는 수십억원 규모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3천억원+α' 규모의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의 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3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판매가가 높은 가전제품이나 전자 기기를 파는 상인들의 경우 대형 업체가 아니라도 미정산 금액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프로그램을 활용해 피해 소상공인 및 피해 중소기업에 2천억원 규모로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소진공의 경우 1억5천만원, 중진공은 10억원의 한도 내에서 긴급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 금융권이 피해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기연장의 경우 새 자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대상을 엄격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피해가 발생했던 시기(5~7월)에 매출이 있었다는 정보만 확인이 되면 만기연장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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