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위기 최악 시나리오는 '저항의 축' 총동원한 보복공습"
美연구소 분석…"현실화하면 이스라엘 방공망 역부족"
미·EU, 확전 막으려 외교 총력전…"결국 이란 계산에 달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영토에서 암살당하면서 중동 전면전 우려가 증폭된 상황에서 최악 시나리오는 친이란 무장세력 '저항의 축'의 동시다발 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3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현 상황에서 이란이 취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 중 하나는 '저항의 축'을 총동원해 이스라엘에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한 적개심을 공통 분모로 삼아 정치적, 군사적으로 연대한 이란과 그 대리세력을 말한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대리세력에는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반군 반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의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이 있다.
ISW는 이란이 지난 4월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했을 때와 비슷한 공격을 이번에도 감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에는 이란뿐 아니라 '저항의 축' 세력들도 동시에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고 봤다.
이란은 지난 4월 1일 시리아 주재 영사관이 이스라엘에 폭격당하자 같은 달 13~14일 이스라엘 본토에 드론 170여기, 순항 미사일 30기, 탄도 미사일 120여기를 쐈다.
ISW가 제시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이란이 이 같은 대규모 공습에서 더 나아가 대리세력까지 총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이스라엘은 지난 4월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ISW는 관측했다.
여러 세력이 동시에 공격을 가할 경우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다층적 방공망이 한계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ISW는 지난 4월 이란의 공격을 이스라엘과 미국이 99%에 가깝게 방어한 것은 이란에서 보낸 드론이 이스라엘에 도달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사이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방어 태세를 갖추고 드론을 요격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이란보다 가까운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을 무더기로 발사한다면 요격 기회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ISW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외곽 지역 공습으로 최고위급 지휘관 파우드 슈쿠르를 잃은 헤즈볼라의 경우 이런 공격에 동참할 의지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친이란 세력의 공격에 중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면 양측의 전쟁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대리세력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을 논의하기 위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집결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동 정세를 뒤흔드는 초대형 악재에 따른 살얼음판 형국에서 서방국들의 움직임도 더욱 다급해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 이란을 설득할 수 있는 주변 국가 등과 잇따라 접촉하며 위기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요르단·카타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카운터파트와 각각 통화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브렛 맥거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아프리카 조정관은 다음 주 관련 논의를 위해 이집트를 찾을 예정이다.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의 엔리케 모라 사무차장은 31일 테헤란에서 이란 당국자들을 상대로 보복 수위 조절을 위한 외교전을 폈다.
모라 사무차장은 이란이 무대응 하거나, 상징적인 보복만 하도록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논의에 참여한 한 서방 외교관은 "지난밤부터 모두가 이란에 대응하지 말고 자제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1일 연설에서 가자전쟁 휴전이 현재의 폭력과 고통의 순환을 깨기 시작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위기의 향배가 결국 이란의 계산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분석가인 조너선 파니코프는 " 이란의 대응은 지역 전쟁이나 맞대응 공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상황 조율 능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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