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봉기 80주년…獨대통령 "헤아릴수 없는 고통" 사죄(종합)

입력 2024-08-01 05:35
수정 2024-08-01 06:25
바르샤바 봉기 80주년…獨대통령 "헤아릴수 없는 고통" 사죄(종합)

나치에 63일간 항거…20만명 사망, 바르샤바 초토화

두다 대통령 "오늘날 폴란드 만든 위대한 저항"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저항한 최대 규모 시민항쟁이자 나치 최악의 전쟁범죄로도 꼽히는 폴란드 바르샤바 봉기가 내달 1일(현지시간)로 80주년을 맞는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주 바르샤바 시내 곳곳에서 기념식을 열고 나치의 학살로 희생된 20만 폴란드 저항군과 민간인을 추모한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연설에서 "폴란드는 지도에선 사라졌지만 우리 마음속에선 사라지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해 싸웠다"며 "바르샤바 봉기는 오늘날 폴란드를 존재하게 한 마지막 위대한 저항이었다"고 말했다.



전범국인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31일 저녁 바르샤바 크라신스키 광장에서 열린 폴란드 정부 공식 추모식에 역대 독일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참석해 폴란드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는 "바르샤바 봉기는 폴란드와 독일 민족이 공유한 오랜 역사 중 가장 잔인한 시기였다. 폴란드 역사에서 가장 영웅적인 시기이기도 하다"며 "전사들의 용기, 죽음을 무릅쓴 각오, 자유를 향한 무조건적 의지, 존엄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대한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1939년 9월1일 독일 점령군이 폴란드를 침공한 이후 이웃 나라에 얼마나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줬는지, 전 국민에게 어떤 잔인함과 절멸 의도를 갖고 과오를 저질렀는지 우리 독일인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며 "(참전용사의) 공포에 비하면 어떤 말도 부족하다. 그래서 한 문장만 말씀드리고 싶다.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그는 연설에 앞서 바르샤바의 국내군(AK) 전사자 묘역에서 생존자들을 만나서도 "독일인들은 역사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사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생존자 가운데는 당시 열두 살 나이로 국내군에 가담해 나치와 맞서 싸운 노인도 있었다.

바르샤바 봉기는 2차대전 당시 지하에서 활동하던 폴란드 국내군이 영국 런던 망명정부 지휘 아래 1944년 8월 1일부터 63일간 나치와 벌인 전투를 말한다.

국내군은 항쟁 초반 바르샤바 시가지 일부를 나치로부터 탈환했다. 그러나 곧 전투에서 밀렸고 하수도에 숨어들어 저항을 계속했으나 두 달여 만에 진압됐다.

나치는 국내군 1만8천명과 민간인 18만명을 학살하고 바르샤바를 다시 빼앗은 뒤 남은 주민 수십만 명은 추방하거나 강제수용소에 수감했다. 두 달 동안 바르샤바 건물의 4분의 1이 파괴됐다.



바르샤바 봉기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고통받아온 폴란드의 비극적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 소련군은 현재 벨라루스 땅에서 나치를 물리치고 서쪽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폴란드 국내군은 소련군이 바르샤바를 접수하기 전 자력으로 독립하기 위해 봉기를 일으켰다. 소련군은 이듬해 1월 바르샤바를 빼앗고 생존한 국내군을 처형했다.

소련은 1989년 폴란드가 자국 영향력에서 벗어날 때까지 바르샤바 봉기가 소련군을 겨냥한 반란이었다고 깎아내렸다. 독일 매체 RND는 "유럽 역사에서 1944년 8월 1일은 실질적 냉전이 시작된 날"이라며 "전쟁 이후 주권 회복의 희망을 포기해야 했던 폴란드가 첫 번째 희생자였다"고 해설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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