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헝가리 '러시아인 체류 완화' 비판…"스파이 통로 우려"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헝가리가 러시아인의 자국 내 체류 허가를 사실상 완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럽연합(EU)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헝가리는 특정 국적에만 제공되는 '내셔널 카드'(National Card) 적용 대상 국가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 8개국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우크라이나와 세르비아만 적용 대상이었다.
내셔널 카드는 일종의 비자 패스트트랙 제도로, 이 카드가 있으면 헝가리에서 2년간 일할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하다. 가족 입국도 허용되며 내셔널 카드를 취득한 지 3년이 지나면 헝가리 영주권 자격도 생긴다.
헝가리에서 다른 국적 외국인이 정식체류·근로허가를 취득할 때보다 절차가 더 간단하다고 외신은 짚었다.
그러나 헝가리가 유럽 내 국경에서 출입국 검사를 면제받는 솅겐 조약 가입국이라는 점에서 EU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러시아가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의회 제1당 격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최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방첩에 중대 허점을 야기해 안보가 심각하게 위험해질 수 있다"며 EU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이 제도는 EU법에서 요구하는 (입국) 제한을 우회함으로써 러시아인이 솅겐 지역에서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행위 대변인은 전날 관련 질의에 "이 계획이 EU 규정에서 허용하는 범위에 해당하는 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헝가리 당국과 접촉할 것"이라고 답했다.
집행위는 원칙적으로 솅겐 가입국 지위를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1985년 1차 솅겐 조약이 체결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권한이 실행된 적은 없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의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줄곧 반대해왔다.
오르반 총리는 또 이달 6개월 임기의 EU 순회의장국직을 넘겨받은 직후 '평화임무'를 자임하며 러시아, 중국 등을 잇달아 방문해 EU 다른 회원국의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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