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도 사정권…VIP급 하니예 암살에 이란 '큰 충격'
하니예 동선·일정 '기밀 정보' 외부에 실시간 노출
'저항의 축' 가장 중요한 인물 보호못해 '치명상'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면서 이란이 큰 충격에 빠졌다.
이번 암살의 주체나 배후를 자처하는 곳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이란은 물론 중동 안팎에선 이스라엘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암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공습'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아랍 매체 알하다스 등은 31일(현지시간) 오전 2시께 날아든 유도미사일이 하니예의 거처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도 "하니예가 공중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순교했다"고 보도했고 레바논의 친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도 "미사일이 외국에서 날아왔다"는 이란 소식통 발언을 전했다.
이런 보도를 고려하면 이스라엘이 방공 레이더를 회피할 수 있는 F-35 전투기로 시리아, 이라크 영공을 가로질러 이란에 접근한 뒤 유도미사일을 발사했을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테헤란까지 약 1천600㎞를 작전 반경으로 하는 드론이 하니예의 테헤란 숙소를 심야에 공습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경우든 이란으로선 'VIP 손님'인 하니예를 노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다.
이란에 이번 암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가의 심장부인 수도의 군사적 방공망이 뚫렸다는 사실 뿐 아니라 기밀 정보도 실시간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1번 타깃'이라고 할 수 있는 하니예의 동선은 물론 그가 어디서 어느 시간대에 머무르는 지가 고스란히 노출됐고 이를 정확히 노린 '외과 수술식' 암살 작전이 성공했다.
이란의 주장대로 이스라엘이 공격의 주체이고 미사일이 공격 수단이었다면 하니예의 일정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시간·장소 정보를 확보해야만 이스라엘에서 테헤란에 이르는 장거리 작전이 가능하다.
이번 암살은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의 지도자들과 이란의 수뇌부에도 '어느 누구도, 어디에서건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30일 열린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는 하니예를 비롯해 헤즈볼라 이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PIJ) 지도자 지야드 알나카라, 예멘 후티 반군 대변인인 무함마드 압둘살람 등도 참석했다.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그 중에서도 '대이스라엘 항쟁'의 최전선으로 칭송받는 하마스의 지도자 하니예를 암살 표적으로 삼은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이번 공격의 주체는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 주요 인사가 집결한 행사에 맞춰 군사력과 정보력을 강렬하게 과시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에서 이처럼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은 하니예 암살 불과 몇시간 전 그와 긴밀히 접촉했던 이란 수뇌부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등 핵심 요인들의 동선과 거주 정보, 일정에 대한 기밀 정보도 외부의 첩보 활동에 유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NYT 소속인 이란계 미국인 기자 파르나즈 파이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사건은 이란이 역내에서 권력을 행사하려는 시기에 이란의 안보 평판에 큰 타격을 준다"며 "이 때문에 이란 당국자들은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저항의 축 세력을 이끌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협해야 하는 이란으로선 정작 자국의 수도가 큰 취약점을 보였고 이 세력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하니예마저 '안방'에서 암살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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