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유럽서 40년 만에 '미사일 위기' 재연되나
美, 2026년부터 독일에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
푸틴, 즉각 강경대응 예고…"거울조처 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미국이 독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결정을 하자 러시아가 핵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시사하며 맞불을 놓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독일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2026년부터 독일에 다영역 태스크포스(TF)의 장거리 화력 능력을 일시적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치될 장거리 화력 무기는 SM-6 함대공 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그리고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다.
미국과 독일은 "이런 첨단 능력(배치)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공약, 유럽의 통합 억제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다양한 무기체계를 고려할 때 우리에게 정밀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강경대응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과 독일의 성명이 나온 직후 브리핑에서 "나토 정상회의 결정은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긴장하지 않고 감정 없이 이 새로운 게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우선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기념식에서 "미국이 그러한 계획을 이행하면 우리는 앞서 채택한 중·단거리 타격 무기 배치에 대한 일방적 유예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그의 유럽 및 세계 다른 지역 위성국가들의 행동을 고려해 (미사일) 배치를 위한 '거울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실제 장거리 미사일을 독일에 배치하면 러시아도 그동안 유예해온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구 소련은 냉전 시절인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를 체결해 핵 군비 경쟁을 자제하기로 했다.
조약의 핵심은 사거리 500∼5천500km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중거리와 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었다.
조약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간 핵 군비 경쟁을 중단시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INF 파기를 선언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파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INF에서 금지한 미사일 개발을 자체 유예해왔다.
미국이 나토와 유럽 방위를 명분으로 독일에 실제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러시아도 강경대응할 경우 유럽 지역의 긴장은 고조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상황은 미국이 중거리 퍼싱2 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한 것과 관련된 냉전 시대의 사건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은 1983년 서독에 모스크바 타격이 가능한 퍼싱2 미사일을 배치해 소련이 강력 반발한 적이 있다.
퍼싱2 미사일 배치는 물론 소련이 동독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SS-20을 배치한 데 따른 대응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의 소련간 핵전력 경쟁이 격화됐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유럽 전역에 냉전 시절을 연상시키는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사일 위기'가 재연될지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lwt@yna.co.kr
푸틴 "미국 장거리 미사일 독일 배치시 '거울조처' 맞대응"/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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