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제 반대편엔 포탄…가자 전쟁에 희생된 팔 선수 400명
메달리스트 등 유망주, 폭격·질병 등으로 희생
개막일 팔 선수단 8명 도착…'이스라엘 출전 금지' 요청했으나 기각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26일(현지시간) 개막한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각국 선수가 그간 땀흘려 쌓아온 역량을 선보이고 있지만 반대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선 9개월 넘게 이어지는 전쟁으로 수백명의 유망주가 경기장에 서보지도 못한 채 희생됐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날 팔레스타인올림픽위원회(POC)와 팔레스타인축구협회를 인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전쟁이 발발한 작년 10월 7일 이후 약 400명의 팔레스타인 선수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전·현직 국가대표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올해 1월에는 팔레스타인 여성 가라테 챔피언 나감 아부 삼라(24)가 가자지구 중부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왼쪽 다리를 잃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는 이후 이집트내 의료기관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올림픽 축구 대표팀 코치인 하니 알모사데르도 같은달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클럽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유명 선수 모함메드 바라카트(39)가 표적 공습에 숨졌고, 6월에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인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기록을 지닌 육상계 원로 아제드 아부 마라힐(61)이 신부전에 시달리다 별세했다.
전쟁으로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차단돼 제때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2004년 출범한 친(親)팔레스타인 단체 '이스라엘 학술·문화 보이콧 운동'(PACBI)은 이들을 포함해 무려 69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전·현직 국가대표가 이번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자지구의 스포츠 저널리스트 아부바케르 아베드는 "이건 집단학살이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라면서 수십곳에 이르던 가자지구내 체육시설도 대부분 파괴돼 이스라엘군이 포로를 구금하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스포츠를 하든 선수들은 특정 정파에 속해 있지 않다. 가자 전쟁은 많은 이들의 꿈을 죽여버렸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운동선수들을 공격한 건 평화와 관용, 용서, 사랑, 스포츠맨십이란 올림픽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프랑스로 향한 팔레스타인 국가대표 선수단 소속 선수 8명은 환영 속에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3만9천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의 목숨을 앗아간 가자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 세계에 팔레스타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대회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POC는 이스라엘의 올림픽 참가를 금지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팔레스타인 측의 요구를 기각한 상황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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