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필리핀에 '중국산 백신 비방 공작은 우리 실수' 시인"
로이터 보도…美국방부 "中코로나 백신 안전성·효능 콘텐츠 배포"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군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지에서 중국산 백신을 비방하는 비밀작전을 벌였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가 '실수'를 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필리핀 외교부·국방부에 보낸 지난 달 25일자 문서를 통해 미군이 "코로나19 관련 메시지 전달에서 어느 정도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 문서에서 필리핀 측에 과거 미군이 행한 중국산 백신 반대 캠페인이 "우리의 우선순위와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메시지 전파 작업을 2021년 8월에 중단했으며, 2022년 들어서는 "정보 작전에 대한 감독과 책임성을 엄청나게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 문서를 확보했고 관련 소식통을 통해 문서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피트 응우옌 대변인은 이 문서 내용을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국방부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시노백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배포한 사실은 인정했다.
앞서 지난달 로이터는 미 정부 전직 당국자들을 인용, 미군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봄부터 이듬해 중반까지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중국산 백신의 효능과 신뢰도를 깎아내리기 위한 작전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엑스(X·옛 트위터)에서만 당시 미 국방부가 필리핀에서 심리전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가짜 계정 300여개를 찾아냈다고 공개했다.
미군은 팬데믹 당시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시노백 등 자국산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겠다고 나서자 개도국이 친중국 성향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작전을 벌였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미 국방부는 2021년 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관련 활동을 몇 달 동안 지속하다가 중단했다고 전직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팬데믹 기간 필리핀은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으나, 한동안 화이자·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을 구할 수 없어 중국산 시노백에 크게 의존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올해까지 코로나19로 총 6만7천여명이 사망했으며, 확진자는 400만 명을 넘겼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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