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입고 다니는 이란 대통령 당선인 '체통' 논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공식 석상에서도 편안한 점퍼를 걸치곤 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의 옷차림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논란은 이란 유명 배우 레자 키아니안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페제시키안 당선인의 옷차림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그는 점퍼를 입은 페제세키안 당선인의 사진과 함께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다. 점퍼 대신 여름 정장 상의를 입어주기를 부탁한다"고 지적했다.
키아니안은 과거 검은 터번과 어두운 색깔의 고급 가운을 걸쳤던 이슬람 성직자 출신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을 세련된 복장의 예로 들며 "이란을 우아하게 나타내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란에서 터번은 성직자 신분이어야만 두를 수 있어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해당이 없다.
이 게시물은 26일(현지시간) 현재 5만8천개 넘는 추천을 받으며 공감을 얻었다.
이에 페제시키안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키아니안에게 "당신 스스로를 돌아보기나 하라"고 반발하면서 이 게시물엔 6천건 이상의 찬반 댓글이 달렸다.
키아니안은 또 "우리는 점퍼에 대한 좋은 기억도 없다"고 언급했다.
그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초강경 보수파 대통령이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2005∼2013년 재임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베이지색 면 점퍼였다. 소탈한 이미지와 대중 영합적 보조금 정책으로 한때 서민층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재선에 성공한 2009년 대선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일어난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유혈진압했고 심각한 경제난으로 지금은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로 인식된다.
서방과 관계 개선과 개혁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한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가장 강경한 반미·보수 성향 대통령 중 하나였던 아마디네자드와 옷차림이 비슷하다는 점도 '흥미로운 우연'이다.
정치평론가 마디아 골람네자드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서 "격식을 따르지 않고 한여름에도 재킷을 입는다면 그건 그가 대중적이고 혁명적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버전의 아마디네자드라는 뜻"이라고 적었다.
페제시키안의 당선 직후 미국 잡지 디애틀랜틱도 "겸손하고 서민적인 페제시키안은 종종 정장 대신 레인코트를 입는다"며 "이는 강경파 포퓰리스트 아마디네자드를 다소 연상시키는 방식"이라고 풀이했다.
점퍼를 고집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경우 타고난 성품이 꾸밈없이 소박하다기 보다 공식 석상에서도 서양식 정장을 일부러 입지 않음으로써 '서방의 질서를 거부하는, 상대하기 힘든 지도자'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냈다고 평가받았다.
리바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 역시 정장 대신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국제회의에 나타나곤 했다.
앞서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의회(마즐리스) 부의장이던 2016년 8월에도 하산 로하니 대통령 취임식에서 점퍼 차림으로 외국 대표단을 맞이했다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오는 30일 공식 취임한 후 옷차림에 변화를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는 당선인이 된 이후 주변에 "대선 이전같이 보통 이란 사람처럼 지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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