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디커플링' 무색…파리 올림픽 점령한 중국산 장비·제품

입력 2024-07-26 09:53
[올림픽] '디커플링' 무색…파리 올림픽 점령한 중국산 장비·제품

"올림픽 마스코트 90% 중국산"…"스포츠 제품·기념품, 정치적으로 덜 민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고 있지만,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첨단 스포츠 장비부터 싸구려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양산한 제품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SCMP는 "파리 올림픽에서 중국 제조업자들은 대회가 개막도 하기 전에 이미 큰 승리를 거뒀다"며 "사업을 중국 외 다른 국가로 다변화하려는 '중국 플러스 원' 추세 속에서도 올림픽은 중국 제조업자들이 자신들의 장비를 과시하고 제품 양산에서는 누구도 자신들을 따라올 수 없음을 보여줄 대형 여름 무대"라고 짚었다.

예컨대 중국 소닉합성기술은 파리 올림픽에 윈드서핑 장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제조사다.

이 회사의 옌짜이싱 총괄매니저는 SCMP에 "신소재와 생산 공정의 반복 속도 측면에서 경쟁자가 거의 없다"며 "이것이 올림픽에서 수주에 성공하는 핵심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고성능 수중익선(hydrofoil) 장비 제조를 위한 전체 산업망을 갖춘 세계 유일의 회사"라고 덧붙였다.

옷걸이 등을 제조하는 글로벌 제조업체 메이네티의 지역 매니저 폴 타이는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행사의 주문을 처리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메이네티는 2020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 협력사로 포장 용품 등을 납품해왔다.

타이 매니저는 "좋은 품질과 기준 제품을 단기간에 납품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해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중국에는 구조화된 클러스터가 있고 공급업자들은 어디서 다양한 재료를 구매해야 하는지를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제조분야는 지난 30년간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며, 향후 더 많은 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 공정을 이용해 가치 사슬을 향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주간지 르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의 90%가 중국산이다.

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모자, 티셔츠, 장난감, 펜, 손목밴드, 공책 등 파리 올림픽의 다양한 기념품이 중국산이며, 일부 중국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신화는 이와 함께 선수들의 운동복부터 선수촌에서 사용하는 소파까지 올림픽 관련 다양한 제품들이 중국 동부 저장성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중국 푸젠성 샤먼 세관 당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 직원들을 위한 1천116세트의 의복과 장비가 지난달 21일 수출됐고 이는 중국이 파리로 보낸 최대 규모 제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 저장성 항저우 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저장성의 스포츠 관련 수출은 100억위안(약 1조9천억원)이 넘었다. 작년 동기보다 거의 25% 증가한 규모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자료 역시 지난 3월 각종 스포츠 장비의 프랑스 수출이 급증했음을 보여준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링난대 추둥샤오 교수는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했지만, 물류와 작업 효율성, 운송은 동남아 국가보다 중국이 훨씬 낫다"며 "기념품과 스포츠 아이템 같은 제품은 정치적으로 덜 민감하고 지정학적 위험에 덜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제 행사를 위한 제품 공급 측면에서 베트남이나 인도 같은 다른 지역은 향후 4년간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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