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성악가 폭행한 지휘 거장 가디너, 손수 설립한 악단서 퇴출
英 몬테베르디 합창단·오케스트라 "피해자 보호 책임 질 것"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사소한 이유로 공연장 뒤에서 20대 성악가를 때린 유명 지휘자가 자신이 설립한 악단에서 퇴출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영국 몬테베르디 합창단·오케스트라 이사회가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81)와의 결별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악단은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을 지고, 비슷한 사건 재발 방지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몬테베르디 합창단·오케스트라 이사회는 가디너의 후임을 수주 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가디너는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실내악단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가디너는 이사회의 퇴출 결정 이후 성명을 통해 "후회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뒤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게스트 지휘와 녹음, 창작과 교육 활동 등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은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정 음악이 작곡된 당대의 악기와 연주 관습에 따라 곡을 구현하는 시대 연주의 거장인 가디너는 지난 1964년 케임브리지대 재학 시절 몬테베르디 합창단을 창단했고, 1978년에는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1989년에는 낭만과 혁명 오케스트라를 설립했다.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을 정도로 음악계에서 존경받았던 가디너가 손수 창단해 키운 악단에서 퇴출당한 것은 폭력사건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열린 공연 도중 성악가 윌리엄 토머스(29)가 오페라 1막과 2막이 끝난 뒤 무대에서 내려와 잘못된 방향으로 퇴장했다는 이유로 무대 뒤에서 폭행했다.
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가디너는 사과 성명을 내고 유럽 순회공연에서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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