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中 생산 73% 줄인다…"日자동차 고전·미중대립 영향"

입력 2024-07-23 17:11
일본제철, 中 생산 73% 줄인다…"日자동차 고전·미중대립 영향"

바오산강철과 합작해 세운 업체서 철수…"US스틸 인수 추진도 고려한 듯"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제철이 중국 업체와 합작한 사업 철수를 통해 중국 내 강재 생산량을 70%가량 줄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중국 바오산강철과 지분 절반씩을 출자해 2004년 설립한 자동차 강판 제조업체 BNA 주식 보유분을 모두 바오산강철에 넘기기로 했다.

주식 매각 금액은 수백억엔으로 예상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제철과 바오산강철은 BNA 사업을 20년간 지속하기로 계약해 올여름에 종료되는데, 일본제철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BNA는 연간 강재 생산량이 262만t에 달했다. 이는 일본제철 그룹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강재 360만t의 73%에 해당됐다.

일본제철은 BNA 사업 철수를 계기로 1970년대 기술 지원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속해 온 바오산강철과 협력 관계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일본제철이 중국 내 생산량 축소를 결정한 배경에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실과 미중 대립이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BNA는 가공 처리가 끝나지 않은 강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마무리 작업을 한 뒤 중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일본 업체에 판매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가솔린 차와 하이브리드 차에 주력해 온 일본 자동차 기업 실적은 악화했다.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혼다가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판매한 완성차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한 154만 대였다.

이와 관련해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고 닛산도 지난달 중국에서 처음으로 공장을 폐쇄했다.

닛케이는 "중국 철강업체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자동차용 강판 생산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일본제철이 향후 중국에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제철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중 대립 장기화에 따른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 영향도 있다"며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이 공급망과 해외 전략을 재검토하는 상황에서 일본제철도 실적이 저조한 중국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미국과 인도로 자원을 이동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일본제철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US스틸 인수 계획과는 별도로 중국 사업 철수를 검토해 왔다"면서도 일본제철과 중국 철강업계 간 관계에 대한 비판이 미국 일각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US 스틸 인수 방침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권과 철강노조 반대로 US스틸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제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일본 언론에서 나왔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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