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獨원작자 "위대한 음악가, 겸손한 투사 잃었다"
독일 극작가 루트비히 "학전, 김민기 기념극장으로 부활해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이끌어온 가수 김민기의 별세 소식에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원작자는 "위대한 시인이자 음악가를 잃었다.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한없이 겸손한 자유 투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 극작가이자 그립스 극단 창립자인 폴커 루트비히(87)는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김민기의 별세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내와 두 아들, 모든 한국인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우리는 30년 넘게 친한 친구였다. 그래서 자랑스럽고 행복했다"며 "연극에 관해 그와 영혼이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도 나를 그렇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루트비히는 학전이 문을 닫은 지난 3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학전을 "쌍둥이 극단", 서울을 "작은 고향"이라고 부르며 김민기와 학전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김민기는 루트비히가 이끄는 그립스 극단의 '지하철 1호선'을 한국 사정에 맞춰 번안해 1994년 학전에서 초연했다. 루트비히는 작품의 독창성과 학전의 재정난을 감안해 1천회 공연 때부터 저작권료를 받지 않았다.
루트비히는 학전의 '지하철 1호선'에 대해 "서울 지하철 1호선으로 놀랍도록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내 원작보다 훨씬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를린에 있는 그립스 극단은 2019년 창단 50주년 축제에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을 폐막작으로 무대에 올렸다. 학전은 당시 루트비히와 원작 작곡가 고 비르거 하이만(1943∼2012)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동판을 제작해 그립스 극단에 선물했다. 이 동판은 학전 마당에도 김광석 노래비와 함께 걸려 있다.
루트비히는 "학전 공연을 여러 번 경험한 그립스 극단과 많은 독일인이 여러분과 함께 애도한다"며 "학전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 '김민기 기념극장'으로 부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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