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할당 대규모 소요' 방글라, 대법원 절충안 나오자 진정
'150명 사망' 유혈사태 끝에 국면 가라앉아…경찰 "폭력 사태로 532명 체포"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 도입과 관련해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심각한 소요 사태가 현지 대법원의 절충안이 나오자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지난 19일 전국에 내린 통행 금지령을 유지하고 있다. 또 군대를 동원해 거리를 경계하고 있다.
이처럼 삼엄한 경계가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까지 폭력이나 시위에 대한 소식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특히 전날 대법원이 전체 공직의 93%는 기존처럼 능력에 따라 배분하고 5%만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도록 정부안보다 크게 완화한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시위대 기류도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당초 정부는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를 대상으로 공직 30% 할당 정책을 추진했다.
다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 구금된 시위 지도자를 석방하고, 통금과 대학 휴교령도 해제하라며 48시간 내 이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정부가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다카 경찰 대변인은 "이번 폭력 사태로 532명을 체포했고, 여기에는 야당 지도부들도 포함됐다"며 이번 시위로 경찰 3명이 사망하고 1천명이 다쳤으며 이 중 60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시위대 요구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018년 현지 정부는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를 추진하다가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정책을 포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카 고등법원이 이 정책에 문제가 없다며 정책 폐기 결정을 무효로 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대학생들은 이번 결정을 내린 사법부는 '정부 거수기'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항의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전국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국영 방송사와 경찰서 등 주요 정부 시설에 불을 질렀으며 다카주 나르싱디 지역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 수백명을 탈출시키기도 했다.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며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실탄을 발사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고, 군대를 배치했다.
사상자도 속출했다.
공식 사상자 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AFP통신은 주요 병원을 통해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 16일 이후 지금까지 이번 시위로 15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방글라데시 빈곤퇴치 운동가 무함마드 유누스는 성명을 통해 "항의할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과 유엔이 권한 내에서 모든 것을 할 것을 긴급히 요청한다"며 "이미 발생한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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