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70 바이든, 미친 해리스"…트럼프, 통합 접고 원색비방 재개
정적들에 거침없는 막말…"펠로시, 바이든에 개같이 등 돌려"
유세 2시간 내내 조롱…피격 일주일만에 연설 스타일 복귀
NYT "암살 시도가 정치 메시지 변화에 영향 미치지 못한 듯"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총격 사건 이후 변한 줄 알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피격 이후 통합을 강조하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전당대회 연설문까지 싹 뜯어고쳤지만 20일(현지시간)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과 처음으로 함께 나선 합동유세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싸잡아 욕하며 원색적인 트럼프식 연설 스타일을 다시 선보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일주일 만에 통합을 뒤로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는 과거 스타일로 회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2시간 가까운 연설 시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을 '멍청하다'(stupid)고 여러 차례 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IQ가 70으로 세계 다른 지도자들과 비교해 낮다거나 무능하다는 등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NYT는 그가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때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다소 피하는 듯했지만 이날 유세에서는 반복적으로 그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미쳤다'(crazy)거나 '제정신이 아니다'(nuts)고 했다. 이름에 별명을 붙여 '웃음이 헤픈'(Laffin') 카멀라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향해서도 '미쳤다'(crazy)고 표현하며 '바이든을 팔아넘겼다, 개처럼 등을 돌렸다'고 막말을 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놓고 내분에 휩싸인 민주당을 즐겁게 비웃었다며 전대 연설 때는 엄숙한 태도로 통합을 부르짖었지만, 곧 경쟁자를 비방하는 단골 레퍼토리를 꺼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날의 연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그의 정치적 메시지 변화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NYT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사건을 묘사할 때도 농담을 섞은 가벼운 어조를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전대 당시나 TV 카메라 앞에서는 다소 충격받은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차트를 거론하며 "이민자들에게 빚을 졌다. 오늘 밤에는 차트를 가지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는 전대 때는 "언급하기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었다.
그는 총격 당시 이민자에 대한 차트를 읽기 위해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고, 그 덕에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총격 이후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며 과거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전대에서는 평소보다 차분하고 온화한 모습을 보였고, 대선 후보 수락 연설문도 정치적 공격 발언의 강도는 낮추고 정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이후 '대세론'이 형성되자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버리고 중도층 표심 공략에까지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전대 연설 때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은 한 번만 언급했지만, 정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고, 이날 유세에서는 막말과 거친 비방을 일삼는 예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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