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업 경쟁력 키울 묘수는"…대기업은 지금 사업 재편 중

입력 2024-07-21 05:31
"미래사업 경쟁력 키울 묘수는"…대기업은 지금 사업 재편 중

SK그룹 리밸런싱 일단락…SK이노-E&S 합병으로 '에너지 공룡' 출범

포스코, 120개 구조 개편 추진…두산, 사업 목적 맞게 재편

효성은 신설 지주사 출범…형제 독립 경영 강화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장하나 김동규 기자 = 재계 2위인 SK그룹이 대대적인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나선 데 이어 포스코와 두산 등 주요 대기업도 잇따라 구조 개편에 나섰다.



글로벌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힘을 싣는 '선택과 집중'으로 기업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다.

특히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사업과 미래 신사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SK그룹, '에너지 공룡' 출범 결의로 사업 리밸런싱 '첫발'

2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그룹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등을 결의하며 그룹 리밸런싱의 첫발을 뗐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말 최태원 회장이 '서든 데스'(돌연사) 위기를 언급하며 방만 투자 등을 지적한 이후 대대적으로 운영 개선 강화와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의 작업에 착수했다.

사실상 그 첫 결과물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통한 초대형 에너지 기업의 탄생이다.

양사 합병이 성사되면 오는 11월 매출 90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 출범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 에너지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인 전기화 사업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에너지 사업의 성장 기반을 만들고 과감한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SK E&S와의 합병을 결정했다"며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최근 전기차 캐즘으로 고전하는 배터리 사업을 살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에 SK이노베이션의 알짜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SKTI)과 SK엔텀을 합병하기로 의결한 것도 그 일환이다.

3사 간 합병으로 SK온은 영업 활동에 따른 현금 창출 흐름을 개선, 독자 이익 구조를 갖춰 나가기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전기차 판매 둔화 등 단기 시황 변화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다지게 됐다.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구성원 대상 설명회에서 "앞으로 10년 후에도 차별적 우위를 가지면서 장기 성장성을 유지하는 강건한 SK온이 되기 위해서는 교두보가 필요하다"며 "SK온의 성장성과 SKTI·SK엔텀의 안정성을 갖춘 글로벌 배터리·트레이딩 회사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도 반도체 모듈 재가공 회사인 에센코어와 반도체용 산업가스 제조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친환경·리사이클링, 반도체 인프라 분야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번 구조 개편을 신호탄으로 SK그룹 차원의 중복 사업 정리, 자산 효율화 등 리밸런싱 작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앞서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으로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와 주주환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현재 219개인 계열사 숫자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일 계획이다.

그룹 지주사인 SK㈜가 주주환원 강화와 함께 보유 포트폴리오의 자산 효율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향후 추가적인 개편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 포스코, 120개 구조개편 추진…철강·이차전지 소재에 역량 집중

재계 5위 포스코그룹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2일 '이차전지소재사업 밸류데이' 행사에서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전통적 철강 회사에서 미래 종합소재 기업으로 대전환을 이룬 포스코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사업 성장 저하 우려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비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철강 사업 부문은 인도와 미국 지역에 상공정 투자를 추진하고, 동시에 저수익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경우 캐즘을 적극 활용해 염호, 광산 등의 리튬 우량 자원을 확보하고 국내에서 제련·정제를 마친 니켈 제품을 생산하는 등 효율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해 근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기업가치 제고 전략에 맞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불용 자산 등을 정리하기 위해 120개의 구조 개편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조 개편은 신속하게 추진한다. 포스코는 오는 2026년까지 구조 개편 대상의 97% 이상을 완료하겠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도 함께 제시했다.

구조 개편을 통해 마련되는 2조6천억원 규모의 현금은 기업 성장을 위한 핵심 사업에 재투자하고 주주환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 두산, 사업 성격 맞게 계열사 개편…효성, '형제 독립 경영' 속도

두산그룹은 사업 목적에 맞게 계열사 지배구조를 개편한다고 발표한 경우다.

두산그룹이 지난 11일 내놓은 개편안은 클린에너지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축으로 사업 부문을 재편한다는 게 골자다.



개편에 따라 그룹 중간 지주 역할을 해 온 두산에너빌리티는 클린에너지 부문에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수소 터빈, 해상풍력, 수소·암모니아, 리사이클링 등 본연의 원전·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스마트 머신 부문에서는 소형 건설기계와 협동로봇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사업적 결합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은 현금 창출력이 큰 두산밥캣을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양사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도 진입하게 된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이 북미와 유럽에서 구축한 네트워크와 재무적 역량, 경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두산밥캣 역시 로봇 기술을 접목해 신개념 제품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두산그룹 설명이다.

반도체·첨단소재 부문에서는 두산테스나를 중심으로 그룹 내 반도체와 휴대전화,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자소재 생산 등 첨단소재 사업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편안 중 두산밥캣이 상장폐지 뒤 두산로보틱스에 편입되는 변화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효성그룹은 이달 1일자로 2개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며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독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기존 지주인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을 맡아 기존 사업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조현상 부회장은 신설 지주인 HS효성과 효성첨단소재를 이끌며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는 것이 목표다.

효성화학은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특수가스 사업 매각을 위해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 및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을 감안하면 한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한 대대적인 인수·합병(M&A)보다는 기존 계열사 간 사업 조정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효율성을 확대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는 방향의 재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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