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전대] "트럼프는 강인한 투사"…멜라니아 대신 '대미' 장식 격투기 CEO
"가족 외의 인물이 후보 소개하는 일 드물어…'투사' 이미지 강조 전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 18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 대신 뜻밖의 인물이 대미를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영국 BBC 방송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하기 직전 마지막 연설자로 격투기 단체 UFC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나 화이트가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처럼 대통령 후보를 배우자나 가족이 소개하지 않는 것은 드문 일로 평가된다.
악시오스는 지난 2016년과 2020년에 각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개했던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 트럼프가 이번에는 전면에서 한발짝 물러섰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가족들이 행사장에 들어올 때 함께 나오지 않았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연설 직전에 행사장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단독 조명을 받으며 무대 뒤에서 나와 VIP석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멜라니아 여사는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으며, 무대 연설은 하지 않았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화이트는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당하기 전부터 마지막 연설을 통해 그를 소개할 예정이었다.
UFC CEO인 그가 트럼프를 소개함으로써, '트럼프, 투사'를 주제로 한 대선 캠페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화이트는 실제로 이날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투사"이며 "가장 강인하고 회복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는 폭력성과 남성 중심 문화로 잘 알려졌기 때문에 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주요 스포츠 단체와 달리 UFC 팬들도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UFC 행사에 최소 4번 참석했고, 배경 음악·수행원들과 함께 마치 격투기 선수처럼 등장하며 UFC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화이트의 행보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다. 출전 선수들에게 적은 임금을 주는 경영 방식에 더해 2023년 아내와 함께 휴가를 즐기다가 말다툼 끝에 서로 뺨을 때리는 모습 등이 구설에 오르는 등 필터링되지 않고 파격적인 화이트의 스타일은 자주 논란이 돼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화이트의 인연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부동산 거물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저지에 있는 자기 소유의 건물에서 화이트에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격투기 행사를 열게 해주겠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 이후 20여년간 화이트의 UFC 사업은 크게 성장했고, 현재 기업 가치는 123억달러(약 1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화이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한 이후 계속 그를 지지해왔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는 투사다. 나는 그가 이 나라를 위해 싸우리라는 것을 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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