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기에 스위스 부품이…우회수출 등 제재 위반 56건 기소

입력 2024-07-18 20:47
러 무기에 스위스 부품이…우회수출 등 제재 위반 56건 기소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중립국 스위스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 무기에 자국산 부품이 쓰인 사실을 확인하고 대러시아 제재 위반 혐의로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스위스 국가경제사무국(SECO)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최근까지 대러시아 제재 조항에 어긋난 혐의점이 드러난 사건 56건이 기소됐다.

이 가운데 관련자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사건도 14건에 이른다.

SECO는 "제재를 위반한 채 무역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2년여간 300건에 이른다"며 혐의점이 확인되는 대로 기소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기소된 대상자들은 대부분 스위스산 부품이 러시아로 유입돼 무기 제작에 사용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스는 서방국들이 채택한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대부분 수용해왔다. 이와 별개로 분쟁 지역에 자국산 무기를 직접 수출하는 것을 방산물자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타국에 수출했던 무기가 분쟁 지역에 재수출되는 것까지 막는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쓴 무기에 스위스산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국은 조사를 벌여왔다. 은밀한 방식의 중개상 거래 등 대러시아 제재를 우회하며 스위스제 부품이 러시아로 유입됐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의 공격용 무인기(드론) 랜싯이다. 이 드론은 비교적 높은 고도에서도 비행하며 민첩하게 움직여 격추가 어려운 게 특징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드론에 외국산 전자부품 19개가 들어 있는데, 이 가운데 스위스산 위성 항법 모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스위스 당국에 알렸다.

스위스산 위성 항법 모듈은 대러시아 제재가 이미 시행 중이던 지난해까지도 러시아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아동병원을 지난 8일 타격한 러시아 미사일 잔해에서도 스위스제 부품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SECO는 "스위스제 부품이 분쟁 지역에서 무기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스위스 업계가 협조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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