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공직 할당제' 찬반 시위 격화…6명 사망 속 휴교령
유공자 공무원 할당제 추진에 친정부·반대파 충돌…당국, 준군사조직 병력 투입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방글라데시 당국이 추진 중인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와 관련해 찬반 진영 학생 시위대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시위대 중 6명이 사망했고 당국은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 외 준군사조직까지 동원하고 전국에 휴교령도 내렸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15일에 이어 전날 방글라데시 주요 도시에서 학생 수만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할당제를 지지하는 친정부 학생 시위대와 반대 진영 학생들은 벽돌과 몽둥이 등을 동원해 서로 공격했고 일부 시위대는 주요 고속도로를 막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도 다카에서 2명, 방글라데시 '제2의 도시' 치타공에서 3명, 북부 랑푸르에서 1명이 각각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치타공의 한 병원 관계자는 "3명 시신에 총상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상자도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랑푸르 로케야대에 재학 중인 타우히둘 하크 시암은 "친정부 지지자들이 할당제 반대 시위대를 공격했다"며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전날 전국 고등학교와 대학교, 이슬람 종교학교 등에 휴교령을 내렸다.
M. A. 카이르 교육부 대변인은 학생 안전을 위해 휴교령을 내렸다며 추후 고지가 있을 때까지 이번 조치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당국은 아울러 다카, 치타공 등 5개 대도시에 준군사조직인 국경수비대방글라데시(BGB) 병력을 배치했다.
유엔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방글라데시 정부에 위협이나 폭력으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다카 고등법원이 2018년 대학생 반대 시위로 정부가 폐지했던 공무원 할당제 부활을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이 제도는 수십만개에 달하는 공직과 관련해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30%, 여성과 특수지역 출신에게 각 10%를 배분하는 것이 골자다.
여론이 들끓자 대법원은 지난 10일 해당 제도의 시행을 한 달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고법 결정 자체를 뒤집지는 않았다.
대학생들은 사법부는 정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방글라데시 경제는 값싼 노동력을 토대로 한 의류 수출 산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졸업 이후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은 고학력자 불만이 큰 상황이다.
다카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은 AFP에 "우리는 그저 우리 권리를 원할 뿐"이라며 "집권당 지지 폭력배들이 평화로운 우리 시위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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