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력화 두고 러 "美 책임" vs 美 "우크라 침공한 러 잘못"
'다자협력' 의제로 안보리 회의…황준국 대사, 러 겨냥 "거짓은 다른 거짓 낳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유엔과 같은 다자주의 외교 무대가 국제 분쟁 해결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유엔 무용론'과 관련해 그 책임 소재를 두고 유엔에서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이 격돌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자신의 규칙을 강요하며 다자주의를 해체하고 있다고 비방했고, 미국 등 서방국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러시아가 적반하장으로 불평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더욱 정의롭고, 민주적이며, 지속 가능한 세계질서를 위한 다자협력'을 의제로 공개토의를 열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회의는 7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러시아가 제안한 것으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참석해 회의를 주재했다.
최근 수년간 '유엔 무용론' 확산에 큰 역할을 한 러시아가 다자주의 강화 방안을 의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유엔 내에서 관심을 끌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 중국, 그리고 패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독자정책을 펴는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해 서방은 자신들의 모델에 기반해 구축한 글로벌 체제를 공격적으로 해체하고 있다"라고 비방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들을 향해 국익에 반할 수 있는 사안에서조차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규칙'(Rule America)이 다자주의와 국제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국제평화와 안보, 글로벌 협력에 반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언급하며 "러시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라고 반격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 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회의장을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다자주의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미국과 서방에 대해 불평을 하는 회의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꼬았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도 러시아가 유엔 헌장을 노골적으로 위반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침략 전쟁을 벌이면서 민간인을 상대로 폭격을 일삼고 있다며 러시아의 의제 설정을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도 "유엔은 유엔헌장 위반이 용납 불가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세계 청중들에게 발신하는 확성기로 기능해야 한다"며 "이로써 유엔은 궁극적으로 헌장 위반자들의 목표를 좌절시키고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 이뤄지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거래도 비판했다.
그는 "지난 4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북한제재위 전문가패널이 해산한 사례는 대북 무기 거래와 같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가 중요한 안보리 메커니즘의 파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범죄는 또 다른 범죄를 낳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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