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멍청이'…"英 새내각 멤버 과반, 트럼프 비판 이력"
'누가 돼도 협력' 스타머 총리도 과거 "의회난입 트럼프 책임"
FT "트럼프 2기 현실화하면 외무장관 교체 가능성" 관측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유럽 등 서방 동맹들도 촉각을 세우는 가운데 키어 스타머 영국 새 정부내 각료 12명이 과거 트럼프를 비판한 전력이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11월5일 미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현실화와 맞물려 전통적인 동맹관에 반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문제가 각국에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다.
FT에 따르면 이번주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던 스타머 총리는 미 대선에 대해 "미국민의 문제"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스타머 총리 본인도 제1야당이던 노동당 대표였던 2021년 미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스타머의 최고위직 팀의 절반 이상이 최근 몇년 사이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해왔고, 이들 중 상당수는 다채로운 언어를 구사했다"고 촌평했다.
'흙수저'로 유명한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는 2021년 미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을 비판하지 못하는 영국 보수당 정부 각료들이 "줏대 없고 알랑거린다"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가 고삐를 풀어놓은 폭력은 무시무시하며 그의 곁에 선 공화당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힌 것"이라고도 말했다.
가장 거친 언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한 현 영국 각료는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이다.
그는 평의원 시절이던 2018년 "트럼프는 여성을 혐오하고 네오 나치에 동조하는 소시오패스로, 국제 질서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 이듬해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연쇄적 거짓말쟁이"라며 "기만적이고 부정직하며 외국인 혐오적이고 자기애에 빠진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래미 장관은 2021년 말 노동당 예비내각 외무장관이 되고 난 이후에는 태세를 전환해 "누가 백악관(미 대통령 관저)이나 다우닝가 10번지(영국 총리 관저)에 있거나 우리는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과거 언사에 대해서는 "서방 세계 정치인 중에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할 말이 없었던 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올해 워싱턴DC를 방문해 린지 그레이엄(공화) 상원의원, 친트럼프 인사 JD 밴스 상원의원을 만나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통적인 대의"를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스타머 총리가 내각 구성 때 래미 장관을 배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그는 내각에 입성했다. 그러나 트럼프 재집권이 현실화하면 외무장관 교체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 장관은 2016년 트럼프가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이라고 했고, 그 이듬해에는 "완전한 바보 멍청이"라고도 불렀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2017년 한 여성의 행진 행사에서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남성이 여성의 XX를 움켜쥐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행진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유명인이면 여성의 XX를 움켜쥐어도 괜찮다"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 내용을 꼬집은 것이다.
2021년 초 트럼프의 대통령 퇴임 직전 이언 머리 스코틀랜드 담당 장관은 "14일 후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무대를 내려간다"며 "그는 아무런 존엄성이나 유산도 남기지 못했고 이는 전 세계의 수치"라고 말했다.
그밖에 조 스티븐스 웨일스 담당 장관,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 리사 낸디 문화장관, 리즈 켄달 노동연금장관, 힐러리 벤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 스티브 리드 환경장관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한 바 있다.
노동당 대변인은 각료들의 이같은 과거 언급에 대한 논평 요청에 "노동당 정부는 언제나 미국민의 의지를 존중하며 모든 미국 행정부와 긍정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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