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파티음악 독일서 '외국인 혐오' 낙인찍힌 이유
"외국인 아웃" 개사 유행…유로2024·옥토버페스트서 '금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이탈리아 DJ의 댄스음악 한 곡이 독일에서 극우 세력의 외국인 혐오를 상징하는 노래로 낙인찍혔다.
문제의 노래는 2001년 DJ 겸 프로듀서 지지 다고스티노가 발표한 '라무르 투주르'다. 가사는 프랑스어로 '영원히 사랑해'라는 제목처럼 단순한 사랑 얘기다. 이 곡은 20여년 동안 유럽 각국에서 여러 버전으로 편곡돼 파티 음악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가 지난 5월말 독일 북부 휴양지 쥘트에서 파티하던 독일인들이 "독일은 독일인에게, 외국인은 아웃"이라고 가사를 바꿔 부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들이 바꾼 가사는 신나치 세력의 대표적 구호다.
참석자들이 나치 경례를 하거나 손가락으로 콧수염을 그려보이며 히틀러를 연상시켰다는 의혹도 나왔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일부 파티 참가자는 직장에서 해고됐다.
비판 속에서도 이들을 따라 해 파티에서 개사한 노래를 부르거나 영상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일이 커졌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에서는 지지 다고스티노의 원곡이 20여년 만에 차트 상위권에 다시 오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독일 매체 RND는 이 노래에 외국인 혐오 가사를 붙여 불렀다는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사례가 지금까지 모두 386건이며 이 가운데 4분의 1 정도는 청소년이었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오스트리아축구협회는 당초 이 노래를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에서 자축곡으로 틀려다가 취소했다. 독일 각지의 유로2024 단체관람 행사는 물론 10월에 열리는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도 일찌감치 이 노래를 금지했다.
다고스티노는 스위스 일간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 인터뷰에서 "사랑 노래를 금지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한번 금지하기 시작하면 악이 선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디르크 뵐러 독일DJ협회(BVD) 대표도 "이 노래를 금지하는 건 극우 세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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