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英노동당 압승·이란 대선 개혁파 당선', 정치권도 주목해야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압승을 거뒀다. 5년 전 총선 때보다 무려 214석을 늘리며 하원 650개 의석 중 총 412석을 확보해 1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반면 집권 보수당은 직전 총선보다 252석이나 감소한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내고 참패했다. 새 총리를 맡게 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곧바로 영국 재건과 변화 작업의 시작을 선포했다.
영국 노동당의 승리는 '제3의 길'을 내세운 토니 블레어가 1997년 총선에서 기록한 노동당의 역대급 결과에 비견된다. 선거 결과를 두고 성장 둔화와 고물가, 공공서비스 위기 등 집권 보수당의 실정에 대한 누적된 불만 폭발과 5년간 총리를 4명이나 갈아치울 정도였던 보수당 내 정치적 혼란이 원인으로 우선 꼽힌다. 팬데믹 시절 발생한 이른바 '파티게이트' 등 여권 정치인들의 추문과 정책 혼선도 얘기된다. 보수당이 헤매는 동안 제1야당인 노동당은 중도 확장 전략에 집중했고, 이는 압승 동력으로 거론된다. 스타머 대표는 2020년 당수에 선출된 뒤 노동당의 강경 좌파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주력했고, '에너지 산업 국유화·대학 등록금 폐지·슈퍼리치 증세' 등 급진적 정부개입과 분배 정책을 공약에서 제외하는 등 정책의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실용주의 중도 확장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 극우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영국 총선에선 반대로 중도좌파가 압승을 거둔 배경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5일 실시된 이란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선 온건 개혁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예상을 깨고 최종 승리했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정치인이던 페제시키안의 당선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민생고 속에 정치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민심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페제시키안은 서방의 경제 제재 완화를 통해 민생고를 해결해야 한다며 핵합의 복원과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으로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화했다. 또 히잡 단속을 완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회정책의 변화도 시사했다.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선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가 국방, 외교 등 주요사안의 결정권자이기에 근본적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민심의 불만과 요구를 반영한 일정한 변화가 이란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의 선거 결과는 우리에 던지는 시사점이 있다. 영국 노동당의 압승이 중도확장 전략이 주효하였기 때문인지 보수당의 자멸이 더 큰 원인이었는지 시각이 다를 수 있고, 이란 대선에서 나타난 표심에 과다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지 판단도 엇갈릴 순 있다. 그렇지만 두 선거 결과는 어느 나라이건 '민생'과 '변화', '중도'의 의미와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결국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과 경제 문제가 관건이며, 더 많은 이들이 수긍할 보편적 정책을 추진하고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 또한 필요함을 두 선거는 우리 정치권에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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